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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덤덤함과 담대함 사이에서 독일의 코로나 상황은 매일 평균 확진자 천오백 명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이 학교를 간다. 니더작센주는 8월 27일에 개학을 했고 아직은 특별한 지시사항은 없다. 학교가 쉬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줄었다. 3월에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6주간의 여름방학도 그대로 쉬었으니 더 쉬는 것도 무리다. 내가 사는 Schüttorf(11만)와 인접 도시 Bad bentheim(15만)은 인구가 53만 인 Nordhorn의 5분의 1 수준이라 더 인구밀도는 훨씬 낮다. 주말에 Bad bentheim에 가봤더니 네덜란드 접경 도시인만큼 네덜란드어도 종종 들렸다. 우리가 간 버거집엔 좌석 하나 정도는 비워두는 식으로 거리두기를 했고. Schüttorf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은 .. 더보기
글 쓰는 발마사지사 이번 주 목요일 11시, 라모나 발마사지 하는 날. 나의 5번째(슈바니비데에서 3명, 슈토프엔 현재 2명) 고객이다. 일단 시작은 일주일에 한 명이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계획을 하면 신기하게 어떻게든 된다. 라모나의 집에서 과일주를 마시던 밤에 내가 발마사지 과정을, 그것도 독일에서 수료했다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발마사지도 받아본 사람은 안다. 그 맛을. 내 사무실에 침대가 갖춰지면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지난주에 바로 예약을 했다. 마틴이 준 침대를 조립하고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매트리스를 깔았다. 발마사지를 직접 해보니 침대가 낮아서 자세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첫날치곤 그럴싸하다. 일하는 방이 아주 마음에 든다. 글 쓰고 발마사지 하고. 그간 발마사지를 했던 사람의 연령은 70대 두 분, 내년.. 더보기
[일상 속 한뼘 외교] 젓가락과 매운맛 지난주 금요일, 우리 집 월별 행사 중 하나인 뒤셀도르프 한인 마트에서 주문한 한식 재료가 도착하는 설레는 날. 수요일에 주문하고 금요일에 도착했으니 이틀 전부터 식재료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매운 떡볶이를 해 먹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오누이가 개학도 했으니 보상도 해줄 겸 겸사겸사. 슈토프 사는 친구가 같은 반이라고 좋아했던 그 아이, 피트가 집에 놀러 온 날(전날은 우리 아이가 그 집에). 6시까지 놀기로 했는데 더 놀고 싶어 하길래. 전날 피트 엄마도 괜찮으면 저녁 먹고 가도 된다(난 첫날부터 민폐인 것 같아서 그냥 오라고 했고)고 권했길래, 나도 예의상 물었는데 아이가 순순히 좋다고 해서 살짝 당황. 대신 한식으로 매운 음식을 먹을 예정인데 괜찮냐니까 괜찮단다. 한 번 시도해보겠노라고. 물론 매.. 더보기
선명하게 붉은 자두잼 옆집 사는 마틴이 토요일 오후에 자두를 한 박스 가져다줬다. 우리 집 부엌에서 마틴네 정원이 잘 보이는데 그 집 딸 Verena에게 내가 독일어 관련해서 물어볼 일이 있어서 언제 시간 되는지 약속을 잡고 있는데 마틴도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둔 박스를 들고 온다. 정원에 있는 자두나무에서 딴 거라면서. 나는 직접 기른 거면 뭐든 환영이다. Bio라며 좋아하면서. 올해는 많이 열리지 않았다면서도 저렇게 많은 양을 챙겨주다니. 감동^^ 솔직히 독일 마트에서 저런 자두를 많이 봤지만 직접 산 적은 없다. 왠지 보기에 맛있어 보이지 않고 한국 자두와 모양이 달라서. 요즘 빵집에서 자두를 얹은 케이크가 많이 보이던데 저 자두가 독일에서 많이 생산되는 모양이다. 먹어보니 신맛이 약간 있으면서 맛은 내가 알던 .. 더보기
명품 남매의 시작을 응원하며 등교 첫날, 새로운 학교 가는 길에 이제야 진짜 실감이 난다며 딸은 걱정이다. 한 달 넘게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예전 학교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아빠 때문에 이사 오는 바람에 좋은 친구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이런 낯선 상황은 별로라면서. 뒤늦게 아빠 탓이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는 건 딸도 4년 전 이후 처음이다. 아니지, 독일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입학도 있었으니 3년 만이다. 독일어 전혀 못할 그때도 적응을 잘했는데 지금은 엄마가 걱정 1도 없다.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 이사오길 잘했다고 조잘대겠지.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 딸 나이 때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기억이 다 나는 건 아니지만 두려움은 살짝 있었을 거다. 대학생 때 다시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 더보기
친절한 마틴씨 니더작센주 6주간의 여름 방학이 끝나간다. 이번 주 목요일(8월 27일)이면 등교. 남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집에서 10분 남짓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에, 아들은 옆동네 김나지움에 다니게 되었다. 슈토프가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김나지움이 없어서 Nordhorn에 있는 학교로 간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한 30분쯤 걸린다. 독일은 다른 물가에 비해 교통비가 비싼 편. 대신 학생은 지원을 받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학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거라 시에서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단다. 이런 정보는 솔직히 독일인이 아니면 잘 모를 거다. 게다가 티켓의 종류(일일 권, 월정액, 일 년 치)도 다양하다. 우리 옆집에 친절한 마틴씨가 산다. 주인집 .. 더보기
우리가 해냈다. 이사를! 독일에서 가구가 갖춰진 집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처음 슈바니비데는 운 좋게 가전 가구부터 소소한 부엌살림까지 모두 갖춰진 집이었다. 대신 집을 구할 때 가구 유무는 비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슈토프는 가구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집이다. 대신 부엌(인덕션, 냉장고, 오븐과 식기 세척기)은 전 세입자로부터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받았다. 보통은 부엌도 떼어가는데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인수할 경우 서로 떼고 붙이는 공사를 줄일 수 있으니 피차 좋은 일이다. 3년 사용한 부엌을 1200유로(150만 원)에 인수했으니 가격은 적당했다. 상태는 양호하고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슈바니비데 주인인 피터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구나 물품은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우리의 이사를 알렸을 때 피터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더보기
한 여름밤의 달콤한 베리주 내가 좋아하는 요한네스 베리와 그 외는 이름 모르는 여름 베리들이 듬뿍 들어가 색이 고운 과일주다. 주인집 딸 로렌이 여자 셋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 우리 집은 주인인 올리버네랑 바로 앞 뒤로 나란히 있다. 옆집엔 부부가 선생인 마틴네는 딸 베르나와 아들 알렉산더 그리고 강아지 토미와 고양이 후고가 산다. 마침 마틴네는 휴가 중. 종종 세 집이 같이 모여서 담소를 나눠도 좋겠다. 이사 오기 전부터 남편은 안주인과 나랑 나잇대가 비슷하니 어쩌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잘 지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알아가는 단계지만 예감이 나쁘지 않다. 독일은 집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지만 이번 집은 방 두 개의 바닥은 우리가 직접 사서 깔아야 했다. 그 전 주인 피터가 집 짓는 사람이라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배달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