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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3학년] Eltern Abend, 부모의 밤 지난주 수요일 저녁 3학년 딸의 엘턴 아벤트도 무사히 다녀왔다. 비 오는 날 어둠을 뚫고서. 매일 밀려오는 일상의 파도를 숨차게 헤치며 나아가는 중이다. 엘턴 아벤트는 각 반 부모가 반에 모여서 선생님과 학사 일정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학기당 한 번씩 있는 중요한 모임이다. 책상을 모두 가로 밀치고 의자만 빙 둥그렇게 놓인 곳에 부모가 앉는다. 아이가 써 둔 빨간 하트 뿅뿅인 편지가 반갑다. 딸이 내게 쓴 "당신은 영원히 최고의 엄마라"는 달달한 문장에 긴장된 마음이 녹는다. 짧게 답장을 남겼다. 새로 온 체육 선생님 소개도 받았다. 2학년까지는 없던 노트(점수)가 3학년부터 주는 시험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하반기 행사 일정도 공유하고 학급비 등 많은 이야기가 한 시간 반 동안 오갔다. 부모와 선생이 .. 더보기
우린 썩 괜찮은 팀! 준비하면서는 정신없지만 그래도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의 피로감을 느끼며 생일 파티를 즐겼다. 무엇보다 날씨가 화창했다. 숲에서 보물 찾기를 할 건데 비라도 오면 낭패겠다 했는데 날이 좋아서 천만다행이다. 8년 전 추석 전날 딸을 낳았다. 나올 듯 말듯한 아이를 퇴근하려던 담당 선생님이 극적으로 받아주시고 가셨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지난주 토요일에 딸 생일 파티를 치렀다. 2년 넘게 한 반에서 지내니 생일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도 생긴다. 생일 파티 준비 1단계, 3주 전에 생일 파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한다면 초대할 친구는 몇 명쯤 되는지 고심해서 명단을 뽑고 초대장을 만들었다.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셋으로 총 여덟 명의 친구를 초대했는데 모두 참석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초대해주.. 더보기
빛깔 고운 살구잼 엄지로 꼭지 부분을 반으로 자르면 쉽게 씨앗을 내보이는 살구를 좋아한다. 육질은 부드럽고 맛은 달지도 시지도 않으면서 담담한 게 딱 내 취향이다. 독일에 살면서 좋은 건 제철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주변 유럽 국가에서 나는 지중해성 과일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이번 여름엔 슈퍼푸드라 불리는 블루베리를 자주 먹었다. 생블루베리가 비쌀 땐 얼린 블루베리를 사다가 스무디를 만들어 먹었다. 요즘은 살구다. 알고 보니 비타민은 물론 항산화제 물질이 풍부한 과일이었다. 알이 꽤 굵은 것부터 잘잘한 것까지 마트 과일 코너에서 발견하면 안 살 수가 없다. 점점 수량이 주는 걸 보니 곧 끝날 모양이다. 지난주엔 신선하지 않은 1Kg 한 팩을 세일해서 샀는데 반도 먹기 전에 물러졌다. 바로 살구잼.. 더보기
허니버터 갈릭 치킨까지 접수 오누이가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프라이 반 양념 반 치킨을 배달해먹고 싶다는 거다. 브레멘에도 비슷한 치킨을 파는 곳을 발견하긴 했지만 한국의 그 맛은 아니다. 실제로는 가진 못했지만 베를린에서도 구텐 닭(구텐탁! 이 아닌)을 꼭 가고 싶어 했다. 오매불망 한국에서 먹어본 치킨 먹고 싶어 하는 얘들 소원을 드디어 이 엄마가 들어주게 되었다. 요리 유튜브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데 한식 요리를 엄청 쉽고 즐겁게 하는 망치라는 분을 발견했다. 한참 전부터 한국에서 허니버터가 유행이라는데 그 소스를 치킨에 버무리는 걸 보고 도전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분은 닭 한 마리 분량을 튀겼다면 나는 닭안심 한팩을 이용했다. 훨씬 부드럽고 준비 과정은 쉽다. 오누이 반응은 폭발적이고. 먹고 싶은.. 더보기
발 동동 구르며 애태운 날 걱정했던 전쟁통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어젠 진짜 최악의 날이다. 뭐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난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친다는 걸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아니면 엄청 부정적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그나마 좋은 쪽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고.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집에서 오후 4시에 나갔는데 밤 11시가 넘어서 귀가했다. 깜깜하고 불안한 날도 지나가고 오늘의 태양은 또 어김없이 뜬다. 어젠 발 마사지 첫 수업 날이다. 오누이만 떨렁 남겨두고 저녁 시간에 나가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얘들이 이젠 컸으니 한편으론 안심되면서도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버스 카드를 아들이 혼자 치과 다녀오다가 잃어버려서 삼십 분 먼저 나가서 재발급받으려다가 더 꼬였다. 결국은 남편 거라서.. 더보기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 김나스틱에서 우아하게 스트레칭하고 기분 좋게 집에 오는 길에 딸이 전화를 했다. 바상 사태라며 변기가 넘쳤는데 오빠가 키친타월로 지금 닦고 있는 중이라고. 이게 무슨 또 날벼락이야. 에효,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 똥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그래. 구질구질한 일상이 삭제된 채 우린 모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이태수 교수님의 강의가 떠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똥물을 닦아야 하는 구질구질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어떻게 하면 잘 포장해서 글을 쓸까 고민된다. 뚜껑이 확 열린다. 분명 아들이 핸드폰 게임하면서 제대로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변기 물을 내려서 발생한 거라 짐작한다. 그 뒤치다꺼리는 엄마인 내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게 열 받는다. 물론 아들은 제 딴엔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 더보기
한 여름밤의 가든 결혼식 한 여름밤의 가든 결혼식, 적고 보니 제법 마음에 든다.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있었던 농장에서의 축제를 한 마디로 뭐라고 할까 하다가 생각난 제목이다. 열 시가 되기 전에 슬그머니 빠져나오긴 했지만 잠시 다른 세상에 있다가 나온 듯 많이 아쉬울 만큼 좋았다. 그곳에 더 머물고 싶어서. 축제에 가게 된 연유는 예전에 글에도 쓴 적이 있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만난 외국어 선생님 덕분이다. 외국인에게 독일어를 가르치시는. 워낙 아이를 예뻐해 주셨고 지금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분. 이번 학기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시작한 딸이 너무 잘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실만큼 각별하다. 두 달 전 6월,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주셨던 초대장이 바로 이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어? 농장에서 3일간 노는 거.. 더보기
발마사지 코스를 신청했다 화요일 오후 세시 반이나 네시 반, 친구와 산책하며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다. 어쩌다 보니 정착된 일상이다.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만난 2주 전쯤엔 각자의 여행 이야기 끝에 발마사지 코스를 배워볼까 한다고 툭 말해버렸다. 할까 말까 한다면 내게 무슨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이라 나도 모르게 나온 모양이다. 친구는 약간은 놀란 듯하다가 대뜸 그걸 배운 다음에 뭘 할 수 있는데? 묻는다. 글쎄, 나도 솔직히 잘 모른다. 발마사지를 알게 된 건 뮌헨에서 사는 브런치 작가를 통해서다. 그녀의 글에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특별한 자격이 필요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정보를 물었고 친절하게 브레멘 홈페이지뿐 아니라 뮌헨과의 가격 비교까지 여러 장의 사진을 캡처해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게다가 난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