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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독일에서 부인과(Frauenarzt) 검사 구글에서 내가 사는 동네 Frauenarzt를 검사하면 몇 개의 병원이 뜬다. 그중 여자 의사가 있는 마음에 드는 곳을 먼저 예약하고 약속에 맞춰 가면 된다. 부인과 검사는 일 년에 한 번은 하는 게 좋다는데 어쩌다 보니 3년이 훌쩍 넘게 되었다. 독일에서 처음 가는 부인과라 약간 겁먹고 긴장했는데 쉽게 끝났다. 병원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A4 한 장 앞 뒤의 문진에 답한다. 대부분의 독일 병원에 처음 가면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생리를 시작한 나이는 언제고 아이를 언제 낳았는지 유산 경험은 있는지 등등의 질문이다. 의사를 만나서는 이런 질문을 들었다. 특별한 질병이 가족에게 있는지, 부모님과 형제들의 건강 여부를 묻는다. 엄마가 신부전증으로 일찍 돌아가신 것과 넷째 언니가 40대 초반에 유방암이 있었.. 더보기
흰 장미와 홀룬더블루텐젤리(Holunderblütengelee) 작년 여름 7월 14일 마리타가 생일에 댄스 동호회에서 선물로 받았다는 흰색 장미가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것도 하얀 자태를 도도하게 드러내며. 마리타가 부엌 창으로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딱 심었는데 처음으로 핀 장미를 보지 못하고 떠났다. 마리타 대신 매일 들여다보고 향을 맡으며 예쁘다 쓰다듬는다. 마리타가 봤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중얼거리면서. 클라우디아가 이름도 어려운 젤리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로 주었다. 지난주 산책하면서 이걸 만드는 데 필요한 꽃을 같이 땄는데 그 꽃이 홀룬더(Holuder)다. 요거트나 빵에 빨라 먹으면 맛있다고 했는데 진짜 상큼하니 빵맛을 돋웠다. 잼보다는 훨씬 밀도가 낮고 흐물흐물한 게 젤리 농도다. 찾아보니 이 이름으로 된 차도 있다. 이맘때쯤 작은 흰색 꽃이 오밀.. 더보기
수영은 필수, 독일의 생존 수영 4단계 (여름이면 한국에선 독일의 생존 수영에 관심이 많다. 작년에는 블로그에 올린 독일 생존 수영 관련 글을 보고 SBS모닝와이드에서 인터뷰를 했고 방송 출연도 경험했다. 이번엔 미래의 체육 교사가 될 체육과 학생이 브런치 글을 보고 메일을 보내왔다. 올 초엔 생존 수영 강사가 연락이 왔었고. 아래의 글은 독일에서 의무 교육인 수영을 오누이가 실제로 배운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정리하고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 두 시간(Schulstunde는 한 시간이 45분 기준) 수영 수업이 있다. 학기초 아이의 수영 여부를 체크하는 신청서를 보니 최소 1단계-Seepferdchen(해마)는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시작할 땐 한 반에 1단계 이수한.. 더보기
에밀리와 한글 수업 이번 주로 에밀리와 세 번째로 만나 한국어 수업을 했다. 일주일에 하루 목요일 오전엔 쇼팽에게 독일어를 배우고 오후엔 에밀리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쇼팽에게 무료로 독일어를 배우는 만큼 한국어 가르치는 일도 기쁘게 한다. 에밀리가 나 만나기 전에 한국어를 배운 건 한 두 달이나 되려나. 그래도 읽는다는 게 놀랍다. 원작이 독일인 책을 읽혀봤는데 생각보다 잘 읽는다. 하긴 독일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나도 읽는 건 잘하지만 말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에밀리도 그렇다. 한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문장의 어순이란다. 영어나 독일어와 완전 다른 어순! 고로 내가 독일어가 어려운 지점이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다시 물으니 한국어가 듣기에 예뻐서 그렇단다. 정작 나는 그렇게 예쁘다고 인식을 못했는데, 얼마 전 오누.. 더보기
엄마는 한없이 더딘 아이는 거침없는 독일어 독일에 오기 전 우리 가족의 독일어 수준은 남편은 B1, 나와 9살 아들과 5살 딸은 아베체 테(A, B, C, D)도 몰랐다. 독일어의 레벨 구분은 A1이 가장 낮고 다음이 A2, B1, B2, C1, C2다. C1정도면 학비가 거의 없다는 독일 대학에 입학 가능하고 독일 회사 취업도 가능하다. 얼마 전 겨우 독일어 B1코스를 마친 짧은 소감을 말하자면 독일어가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절대 독일 올 생각은 못했을 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럴 때 내게 딱 적합한 말이다. 지금은 독일어가 사람 잡는구나, 열심히 하자니 힘들고 안 하자니 괴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시험 점수로 받은 레벨 말고 직접 소통이 되는지 여부로 볼 때 남편도 처음 관청에서 일 처리할 때 소통이 어려워서 독일어 가능한 .. 더보기
아이가 생각하는 독일 학교의 좋은 점 독일에서 초등 3학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 학교를 다닌 지 1년 반 되는 4학년 1학기를 마치곤 이런 고백을 한다. 독일에서 학교 다니는 자신은 행복하다고. 학교 가는 게 매일 놀러 가는 기분이란다. 뭐가 좋은지 딱히 말하기 어렵지만, 환경적인 면이 좋단다. 게다가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단다. 어떨 때는 쉬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제일 좋아하는 수학은 45분 수업 시간이 4, 5초처럼 느껴질 정도로 빨리 지나가고 독일어 수업에선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만 보일 정도로 집중이 된단다. 사진을 찍으면 딱 그 장면만 보이는 것처럼 주변 소음은 다 제거되고 선생님 말씀만 들리는 기이한 경험도 한다고. 독일의 수업 방식을 경험하기 전에는 한국도 나쁘지 않았지만, 독.. 더보기
어디에 살든 가족과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아침부터 줄줄이 벨 눌러 학교 가자고 부르는 친구 덕분에 아이는 들뜬 마음으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파트 9층 창밖으로 복작복작한 녀석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놀이터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미끄럼틀에 올라타거나 철봉에 매달렸다가 등교 시간이 촉박해짐을 확인하고 종종걸음으로 단지를 빠져나가곤 했다. 한국에서의 아침 등교 풍경이다. 아이에겐 친구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각별했다. 사회성이 발달하면서 혹은 또래 친구와 노는 것의 즐거움을 알고 난 후부터는 늘 친구를 찾던 녀석이다.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도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유치원에서도 꼭 단짝 친구를 사귀어서 어떻게든 만나서 놀았다. 다섯 살부터는 쭉 한 동네에 살았으니 마지막으로 살.. 더보기
피터와 쿡스하펜 피터가 남편에게 일요일에 시간 되면 우리 가족과 함께 커피 마시러 어디라도 가자고 해서 동네 어디서 커피 한 잔 하는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을 달려 쿡스하펜에 다녀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준비도 못했는데 피터가 선글라스를 챙기러 집에 들어간 틈을 타서 과일 도시락과 물통을 잽싸게 챙겼다. 피터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지만 얘들이 함께하면 도시락과 물은 외출 시 필수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선 140Km의 속도로 무섭게 달려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 쿡스하펜에 닿았다. 피터는 마리타와 두 번 쿡스하펜에 왔단다. 하루는 자전거를 탔고 한 번은 해변가 호텔에 이틀을 묵으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을 했다고. 할머니와 함께 간 아이스크림집에 제일 먼저 가서 빙수보다 더 큰 접시로 시켜서 먹었다. 건강 강박증이 있는 나는 이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