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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유료 화장실 독일에서 외출 시 남매에게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라고 꼭 당부한다. 어린아이의 경우 화장실이 급하면 특히나 난감하니까. 처음엔 유료 화장실이 대부분이라 당황스러웠다. 이젠 일정 금액을 내고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여전히 아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플릭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들린 휴게소에서도 화장실에 가려면 70센트를 내면 50센트 쿠폰이 나왔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 하듯 바를 밀고 들어갔다. 화장실 이용 금액은 20센트고 저 티켓은 그곳에서 물건을 살 때 쿠폰으로 사용 가능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영수증에 화장실 비밀번호가 주어진다. 고유 번호를 누르고 이용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 중 하나다. 화장실 앞에 따로 돈 받는 분이 상주하는 건 무섭기도 하고. 더보기
독일 생존 수영(Rettungsschwimmen) 예전에 쓴 http://betterthanbefore.tistory.com/301 를 보고 조연출이 블로그 댓글로 연락이 왔다. PD와 통화 후 담당 작가와 전화 인터뷰 (7월 23일 방송)를 진행했다. 블로그 유입 키워드 중 최근 생존 수영이 많았다. 생존 수영이라는 말이 정확한가 싶어서 찾아보니 Rettungsschwimmen이다. Rettung은 구조 구명 보호라는 뜻이다. 생존 수영이라는 명칭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배우는 수영이 물에 빠졌을 때 위험에 대처 능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나도 생존 수영에 대해 잘 몰랐다. 독일에 와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게다가 난 수영을 못한다. 젊은 적에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허영심이었다. 물살을 가.. 더보기
고마운 선생님 졸업식 몇 일 전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주신거라면서 브레멘 VolkshochSchule(VHS)에서 출력한 독일어 수업 스케줄표를 가져왔어요. 제가 다닐 수 있는 가능한 시간대의 수업엔 형광펜으로 표시가 되어서요. 4학년 마지막 그릴 파티 때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하면서 독일어 때문에 힘들다고 했는데 그걸 기억하셨다가 반 아이 엄마인 제게 도움을 주신 거죠. 집에서 가까운 VSH는 도통 자리가 나지 않고 지금은 쇼팽과 개인 수업을 한다는 것까지 아시거든요. VSH는 시민대학 정도될까요.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직도 아까운 마음에 미루고 미뤘던 것을 선생님 덕분에 9월부터 다기기로 등록을 마쳤어요.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작은 관심이 참 감사해서 두고두고 선생님 생각이 났어요. 전형적인 독일인이에요. 어떤 모.. 더보기
성적표(Zeugnis)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딸의 생애 첫 성적표다. 방학식 날은 대충 훌터보면서 음, 잘했군, 지나쳤다가 3주 만에 꼼꼼하게 살폈다. 1학년과 2학년은 성적 등급을 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뒷면을 살펴보면 유추 가능하다.음악과 미술에 대해선 짧게 언급했다. 매일 과제가 주어지고 상당 시간을 들여 공부한 독일어와 수학은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예를 들면 이런식으로. 독일어 [말하기와 듣기] : 문장이 때로 맞지 않고 문법이 섞여있지만 발음은 정확하다. 모국어가 아니니 당연하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대부분 주의 깊게 듣고 질문 할 수 있다. [읽기와 문단] : 짧은 문장을 혼자 읽고 읽은 내용은 이해 한다. 어려운 단어의 발음은 힘들어 한다. [쓰기와 문장 짓기] : 필체는 정돈되어 있어서 읽기 쉽다. 베껴.. 더보기
[방학 18일차] 크눕스 파크 눈만 뜨면 투닥거리는 남매의 소리는 소음 공해다. 불행감이 몰려오기 전에 어디든 가야겠다 싶어서 무작정 온 크눕스 파크(Knoops Park)에서 청량한 풍경을 만났다. 아들은 자기는 독립해서 살면 개를 키우고 싶다면서 언제쯤 독립이 가능하냐(네가 준비되면 언제고 환영이다. 독일은 스무살 되기 전에 독일한다니 좋다)고 묻는데 마침 잘 생긴 개 마샤가 왔다. 처음 만난 개 주인하고 이야기하는 동안 같이 놀아줘서 얼마나 고맙던지(마샤에게). 매일 산책하며 스트레스 푸는 개처럼 얘들도 자연에서 뛰어놀아야 서로 좋다. 얘들도 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이쁜데 집에서 부딪히면 괴롭고. 더보기
[방학 14일차] 아침 산책 오후엔 비 온다는 일기 예보를 보고 아침 산책을 시도했다. 꾸물거리는 남매랑 같이 가려니 해가 중천에 걸렸다. 산책 코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생명 연장되는 느낌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잠시 좋아진다. 시간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더보기
[방학 12일차] 독일에서 만난 귀한 밥상 한식은 기본적으로 그릇이 많이 쓰인다. 한 가지 일품 요리를 하는 일도 나는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보쌈 고기를 삶는다고 해도 파 양파 마늘 된장 커피 등을 넣고 푹 고아야한다. 게다가 쌈장을 만들고 쌈배추도 필요하다. 당연히 밥도 해야하고. 어제 그리운 고향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바로 고향 밥상을 독일에서 만났다. 일품 요리 여러 개를 한 자리에서 먹는 호사를 누렸다. 그것도 직접 요리하신 정성이 듬뿍 들어간 밥상을 말이다. 한 상 푸짐하게 밑반찬까지 깔아 놓고 먹은 게 근 일 년만이다. 그뿐 아니라 모국어의 맛까지 제대로 누렸다. 에너지 듬뿍 충전한 시간! 더보기
다시 오지 않을 여름 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구절을 만났다. 우리 조금 더 밝게 살자. 우리가 만난 여름, 한 번밖에 없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름 꿈을 이루느니 어쩌지 하지만, 하루하루는 정말 소박하게 지나간다. 요시모토 바나나 하긴, 2018년의 여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앞 집에서 한아름 따다 준 알사탕보다 더 매끈하고 매혹적인 체리 놀이터 가는 길에 따 먹던 요한네스 베리 1유로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맛보는 입 안의 호사 멜론 친구와 함께 먹었던 덜 달아도 시원한 수박 당 떨어질까 지레 겁먹은 여름 방학 당도 높은 과일로 빵빵하게 채우며 즐겁게 보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