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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아이스크림 먹는 계절 5월 31일 자로 냉동실을 켰다. 딸은 얼음도 얼리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겠다고 노래를 불러서. 우리 집 냉동실은 여름 석 달만 작동시킨다. 처음 시작은 전기세를 줄일 목적이었지만 냉동실이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한국에서 딸은 이모집에 가면 얼음이 바로 나오는 냉동고를 신기해하면서 얼음을 오독오독 씹어먹길 좋아했다. 더위를 잘 타는 딸은 그렇게 얼음을 찾는다. 여름에도 어지간해선 땀도 안나는 엄마는 냉동실 필요성을 잘 모른다. 한국에서도 집에 하나씩은 있다는 김치 냉장고도 없었고 독일로 올 때 처분한 냉장고도 작은 냉동고가 위에 달린 작은 거였다. 처치 곤란 식재료는 무조건 냉동칸으로 직행시켰다. 정체불명의 검정 비닐봉지가 영 못마땅했는데. 이젠 그럴 일은 없다. 아무래도 냉동고가 돌아가면 뭐든 채우게 .. 더보기
숲산책과 결혼식 다른 주말보다 조금 이른 시각, 아침 8시 30분에 숲 산책(7km)을 시작했다. 새소리가 유독 왕성하고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의 산책은 하루라도 놓치면 억울해진다. 숲 속의 카페는 밖에 놓인 테이블이 늘었다. 안에서 먹으려면 24시간 안에 자가 테스트를 하거나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만 가능하다는 팻말을 지난주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밖에서 먹는 건 조건 없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울창한 숲을 통과해 카페까지 갔다가 꽃사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면 7km다. 인적이 드문 시간, 자연을 흠뻑 만난 것만으로도 보약 한첩 먹은 기분이다. 집에 오는 길에 전날 아들이 주문한 해리포터 4권과 5권을 찾으려고 동네 서점을 들렸다. 아마존으로 시켜도 되지만 일부러 동네 작은 서점을 이용한다. 주문하고 찾으러 가는 그 .. 더보기
[치아 교정] 끝나면 20%도 마저 돌려받기 큰아이는 마침 이사 오기 전에 치아 교정을 2년 반 만에 마쳤다. 브레멘에 있는 교정 치과를 다니느라 고생스러웠는데 이곳엔 교정과 병행하는 치과를 발견했다. 치과 검진은 6개월에 한 번씩은 하려고 미리 예약을 잡아둔다. 이사 온 곳에서도 제일 먼저 치과를 알아뒀다. 슈바니비데에서 우리 가족 모두의 치아를 담당했던 샤파칙은 새로운 치과에 가보니 더 생각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했다. 독일의 모든 의사들이 그녀처럼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약하려면 최소 4개월은 걸렸던 거였다. 올해 열 살인 딸도 교정이 필요하다는 걸 검진하면서 알았다. 부모가 치아가 고르지 못하니 유전인지 오누이가 모두 교정이다. 보험에서 교정비 중 80%가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낸 20%도 교정이 끝나면 돌려받는.. 더보기
창문만 닦았을 뿐인데, 집이 환하다 유리창을 닦으니 세차한 기분이다.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게 마음까지 깨끗해진다. 그러고 보니, 이사 왔을 땐 유리가 엄청 깨끗했는데 일 년 만에 탁해졌다. 최소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닦는 모양이다. 독일은 월세 외에 Nebenkost라고 관리비 비용이 있다. 월세에 포함이거나 아닌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매달 70유로씩 따로 낸다. 아마도 유리창 닦는 비용은 거기에서 지출될 듯싶다. 깔끔한 복장의 남자 두 명이 장비를 들고 와서 집안의 유리창 안팎을 노련하게 닦는다. 대략 한 시간이나 걸렸다. 애들 방이 있는 2층부터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고 내려왔길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잘 닦을 수가 있냐니까, 웃으면서 매일 하다 보니 빨리 할 수밖에 없단다. 숙련함은 쉽게 얻어질 수 없는 영역이다. .. 더보기
작고 여린 것들의 매력 물 위에 어떻게 알 품을 장소를 만들었는지, 그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물새가 오늘도 품고 있는지 보려고 매일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꼼짝없이 앉아서 알을 지킨다. 정확하게 셈하진 않았지만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 사이 수컷과 바통터치를 한 건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종족 보존의 힘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강한 모양이다. 물 위 여기저기에 알 품고 있는 물새를 세 마리나 봤는데 그중 한 마리는 이미 부화했다. 텅 빈 집만 덩그러니 남겨진 걸 보니. 그러다 지난 주말엔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네 마리들과 노니는 걸 봤다. 그토록 정성껏 알을 품더니 새끼를 만났구나 감동스럽다. 몸집이 작은 것들은 다 귀엽다. 아슬아슬 걷기 시작한 아이처럼 물이 무서운지 나무 등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 더보기
찬란한 유월의 햇살 이번 주(5월 31일)부터 오누이가 학교를 매일 간다. 코로나 테스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새벽부터 도시락 싸기가 번거로워도 학교 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 유월의 첫날은 그동안 흐린 날씨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20도를 훌쩍 넘었다. 여름이 코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한다. 이불 커버를 죄다 벗겨서 햇볕에 말렸다. 하루에 세탁기를 두 번을 돌려도 다 마를 만큼 햇살은 쨍하고 해는 길어졌다. 밤 9시가 되어도 환해서 시간 감각이 흐려질 정도다. 그렇지 유럽의 여름은 암막 커튼이 없으면 쉬이 잠들기 어렵지. 딸은 7월에 초등학교를 졸업 예정이라, 그전에 친한 친구 넷과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단다. 지금부터 어떻게 잘 놀지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캠핑카도 있고 4인용 텐트까지 있다는 파울리나가 선뜻 자기 집.. 더보기
매니저 어딨냐고 그 한마디만 했어도 자주 가는 마트 에데카 인원 제한수가 지난주엔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었다(현재 다시 100명으로 돌아왔다). 고로 사용 가능한 카트가 50개, 카드 없이는 마트에 입장 불가라 빈 카트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길게 선다. 마트 한 번 가는 것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로스만은 약간의 식료품과 세제 휴지나 비타민 등을 파는 생활 용품점인데 이곳 인원수는 20명이다. 다행히 카트 대신 바구니를 들어도 되니 좀 더 낫다. 샴푸나 비타민 세제를 살 때 주로 이용한다. 장보기 리스트에 마스크팩을 사려고 적었는데 마침 세일로 2유로 자리가 1.35유로다. 요즘 피부 관리에 신경을 못 쓴 것 같아서 4개를 담았다. 독일은 계산 후 영수증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잘못 계산된 경우가 잦다. 최악은 사지 않은 물건이 찍.. 더보기
머리가 가벼워지니 기분도 덩달아서 이번 주 월요일은 핑스턴으로 독일 공휴일, 초등학생 딸은 화요일까지 쉬고 김나지움 다니는 아들은 수요일까지 쉰다. 덕분에 독일어 수업도 이번 주는 방학, 마음이 한결 가볍다. 독일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심적 스트레스가 어찌나 심한지. B1은 어떻게 운 좋게 한 번에 붙었지만 B2는 수준이 남다르다. 벌써 쓰기 숙제를 두 번이나 못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괴롭다. 미라클 모닝이 심드렁해지면서 확언을 건너뛰니 룸미러 증후군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기분 전환을 위해 머리를 잘랐다. 독일 미용실은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가 있나. 그놈의 예약, 짧은 머리는 관리가 편하지만 미용실을 두 달에 한 번은 가야 하는 게 불편하다. 덥수룩해서 미리 예약하려고 했더니만, 코로나 테스트를 자가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