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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체리 묘목에서 희망이 싹튼다 체리 묘목을 심었다. 세상에 그것도 두 그루나! 슈토프 지금 사는 집은 살면 살수록 아주 마음에 든다. 주말 부부 하면서 남편이 혼자 에어비앤비에 묵을 때 어렵게 구했다. 인터뷰 결과를 기다리면서 우리 가족이 살기에 딱 좋은 집이라고 남편은 꼭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까지 통과, 우리에게 세 주기로 결정한 후에 애들과 함께 집을 보러 왔는데 짐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가 사는 집답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 좋은 집이라는 걸 알아본 남편의 안목은 지금껏 칭찬이다. 이렇게 넓고 쾌적한 공간이라는 걸 살면서 진가를 알게 되다니! 딱 하나 단점을 꼽으라면 정원이 안채에서 좀 멀다. 내가 원하는 건 테라스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이길 바랐는데 주인집에서 나오는 길에 우리 집.. 더보기
코로나 자가 진단 후 등교 부활절 방학 끝난 후, 독일 학교는 등교 시 자가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한다. 2주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도 김나지움 다니는 7학년 아들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두 번 테스트를 했다. 방학 후엔 학교에서 미리 테스트기를 가져와서 격주로 등교할 때 집에서 하고 음성이 나온 걸 확인한 사람만 학교에 간다.(이마저도 이번 주까지만 하고 다시 홈스쿨링) 그건 초등학교도 마찬가지. 초등학생은 학교에 갈지 집에서 홈스쿨링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당연히 딸은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겠단다. 그러면 테스트기를 받아오지 않아도 되고 대신 일주일치 숙제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더보기
두부가 카레를 만났을 때 전날 먹다 남은 카레를 간편하고 색다르게 먹고 싶을 때 추천한다. 밥에 얹지 말고 두부와 먹으면 새로운 요리가 된다. 고기를 끊은 이후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 요리를 자주 먹는다. 하루 권장 단백질을 채우려면 최소 200g 두부는 먹으려고 노력한다. 제한된 재료는 다양하게 요리해야 덜 질린다.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두부를 손으로 부셔 넣고 볶아 수분을 날린다. 강불에 볶다가 중불로 낮춰 두부가 꾸덕해질 때까지 볶으면 된다. 그 위에 카레 소스를 부으면 근사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 보드라운 상추와 토마토 오이를 곁들이면 푸짐한 한 접시로 영양과 맛을 동시에 챙긴다. 더보기
홀가분한 첫걸음! 4월 9일 독일어 B1 시험, 남편은 미리 휴가를 냈다. 다 큰 오누이라도 둘만 집에 남겨두기엔 불안하니까. 내가 사는 동네는 슈토프라 시험장은 기차 타고 30분은 가야 한다. 아들이 다니는 김나지움도 이곳이다. 9시 집합이라 새벽 일찍 시험장에서 먹을 도시락을 싸고 애들 아침을 과일과 빵을 접시와 도시락에 각각 준비하고 남편과 아침을 먹었다. 가방은 전날 미리 챙겼는데 책을 너무 많이 넣었다. 불안감을 책으로 채우다니, 무거워 혼났다. 코로나 시국이라 시험도 자주 없는데 오랜만에 시험 날짜가 난 거다. 등록 과정도 놓칠 뻔했는데 독일어 수업 셰프의 연락으로 겨우 신청했다. 신청 기간이 지났다는 말에 안타까움은 잠시 한편으론 안도했다. 그래도 계획했으니 실행하면 스스로에게 뿌듯하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보길.. 더보기
"사는(buy) 것이 달라지면 사는(live) 것도 달라진다" 브런치 이웃 중에 애정 하는 M님이 암이라는 걸 브런치 글을 통해 알았다. 작년 한 해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으니 자동으로 타인의 글도 읽지 않게 되는데 그래도 가끔 생각나면 들려 근황을 살핀다. 일면식은 없지만 성실하게 브런치에 글 올리는 모습에 자극받고 가끔 댓글도 남기는 사이지만 이런 소식은 마음이 좋지 않다. 처음엔 방광염인 줄로 알았는데 자궁 쪽에 희귀한 암을 발견 성탄절 즈음에 독일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그런 와중에도 브런치에 소식은 간간히 올린다. 수술은 받았지만 항암은 하지 않고 자연치료법으로 암을 이겨내겠노라는 결의에 찬 문장들. 암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는데 ‘채식주의자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해서 반갑다. 동물성 단백질이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걸 기적의 밥상에.. 더보기
[2021년 글쓰기] 유진의 인터뷰, 이방인의 삶을 듣다 어제 두 번째 인터뷰이를 만났다. 사전 설문지 답변을 기반으로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오랜 관심사였던 '엄마' '치유'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상기할 수 있는 시간. 말하는 사람에서 들어주는 사람으로 진화하는 일은 어렵지만 엄청 의미 있는 일이다. 강한 듯 보이는 사람조차 아프고 여린 면을 간직하고 산다.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 깊이 감응해줄 수 있다면 그 순간에 기적이 일어날지도. 어쩌면 내가 그 일을 탁월하게 잘 해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힘들고 아픈 게 아니군요, 를 확인하고 공감하는 순간 우리는 좀 더 나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독일 곳곳에서 저마다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듣는 건 행운이다. 2021년 기획한 독일 거주 한.. 더보기
미나리 미국 이민자 부부의 직업이 하필이면 병아리 감별사다. 이 설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달걀도 낳지 못하고 고기는 맛이 없어서 폐기 처분되는 수평아리. 수평아리를 손 빠르게 골라낸 스티븐 연이 쉬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아들에게 너도 꼭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무심하게 말한다. 젊은 가장이 그것도 외국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암시하는 듯하다. 더 큰 쓸모 있음을 위해서 미국이라는 땅으로 갔고 빅 가든을 하겠다는 포부, 아빠가 뭔가 이루는 걸 보여줘야 되지 않겠냐며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들. 의도는 선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민자의 삶. 할머니와 미나리, 누구에게나 뿌리는 존재한다. 환경이 별로여도 잘 자랄 것이라고 인식되는 미나리도 실은 씨앗을 뿌리고 1.. 더보기
매일 걸어도 날마다 다른 풍경 어느 날은 눈이 너무 많이 내렸고 어떤 날은 그 눈이 모두 녹아 뚝이 잠겼다. 오리와 철새가 떼 지어 놀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도 안개가 자욱해서 완전히 생판 모르는 얼굴을 한 날도 안갯속을 걸었다. 같은 장소를 매일 평균 4km 걷는데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주로 혼자 걷지만 딸이 동행하는 날도 있고 남편과 걷기도 한다. 햇살 좋은 오후, 딸과 열심히 해를 맞으며 걷다가 딸아, 여기 서봐 사진을 찍어주면서 그런다. "야, 무슨 외국 같다아" "엄마 여기 외국이잖아" 그래. 맞다. 우리가 지금 유럽에 살고 있는 거지. 여기가 어디인가, 가끔 잊는다. 어디에 살든지 걷는 걸 포기할 수는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