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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3km 걷기, 뽀드득 소리 밟으며 독일 북부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근 10년 만이란다. 20cm 이상 쌓이는 건 흔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주말에 가는 눈발이 쉬지 않고 조용히 내렸다. 가볍고 조용하지만 쌓인 후에는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테라스가 무거운 눈에 의해 가라앉을까 봐 주인집 올리버는 미리 기둥을 댔다. 밤사이 조용히 쌓인 눈은 우리 집 장정 둘이 치우는데도 한 시간이 걸릴 양이다. 독일은 자기 집 앞 눈은 기본으로 치워야 한다. 누군가 내가 치우지 않아서 넘어져서 다치면 그 집주인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단다. 아들 녀석이 아기인 줄만 알 아더니만 이런 순간에 남자 몫을 단단히 한다. 그에 비해 남편은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며칠이나 고생이다. 집 앞 길목 눈을 퍼내느라 집집마다 정원에 눈이 한가득씩 쌓였다. 염화.. 더보기
[Mündlicher Ausdruck (1)] B2 Prüfung 감독관 두 분 15분간, 파트너와 주어진 3가지 주제로 이야기 나눈다. 시작 전에 문제지 배부, 20분간의 준비 시간을 준다. 파트너는 지정해주는데 내 짝지는 루마니아인 20대 젊은 여성. 처음엔 자기소개로 시작, 파트너가 나보다는 독일어를 잘할 때 훨씬 수월하다. B1 모의시험 때는 어려움을 겪었다. 첫 번째 문제는 여러 테마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기. 파트너가 책, 영화 여행 중 여행을 골라서 나도 좋다고 했고. 상대방이 먼저 지난여름 이탈리아에 여행 다녀온 걸 쭉 이야기했다. 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예를 들면 가장 인상적인 건 뭐였나? 혹은 이탈리아 음식은 뭐가 제일 맛있었어? 등으로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말했다. [첫번 째 문제는 여행으로 선택] 1. 난 지난.. 더보기
평범한 성탄절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엔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엽서를 썼다. 지금 내 앞에선 새벽에 읽다 둔 책을 가림막으로 세워두고 남편이 편지를 반강제로 쓰는 중이다. 가족끼리 편지 쓰기, 낯간지럽지만 익숙함을 낯설게 보기 위해 필요하다. 아홉 살 딸이 오늘을 기대하고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 뭘 만드는지 문 잠그고 가족 선물을 틈틈이 만들고 한 달 전부터 공지하고 선물은 10유로 상당으로 각각 준비하고 카드는 꼭 쓰라고 당부했다. 오전에 선물 공개를 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에 깜짝 놀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린 올해에도 암스테르담에 갔을까. 최근 2년간은 성탄절 연휴에 연속으로 암스테르담에 묵었다.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독일과 다른 문화를 접하고 싶은 마음에. 24일 오후부터 마트는 문을 닫기 시작해서 25.. 더보기
[독일어] B2 모의시험 아이들은 이번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다. 독일의 코로나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하루 사망자수가 800명이 넘은 날은 충격이었는데 오늘은 900명대다. 겨울엔 다른 계절보다 노인 사망률이 높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다른 해보다 사망자가 월등히 많은 건 전적으로 코로나 영향이다. 일단 오늘까지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숙제하는 걸로 대체한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다음 주가 방학 시작이다. 일주일 당겨졌고 고로 겨울 방학은 한 달이다. 그 이후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주일씩 교대로 등교한다. 오전에 독일어 수업을 듣던 강의실도 문을 닫았다. 대신 오후 수업은 어제가 마지막 날이다. B2시험을 끝으로 1월 11일에 개학이다. 얼떨결에 B2시험까지 모의로 치렀다. 10월 27일에 처.. 더보기
[변화] 채식위주 식단을 꾸린지 1년만에 식탁에서 고기를 제거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 혼자 살면 훨씬 쉬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것 또한 인식의 변화를 겪으며 시행착오를 거쳐 완전히 끊기까지의 시간은 필요하다. 과거의 식생활을 돌아보니 난 그렇게 육식을 즐기진 않았더라. 그래서 어쩌면 쉬울지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꾸리면서 다양한 야채 맛에 감동한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식감엔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12월 배추는 달달하고 아삭해서 그냥 먹어도 배추 된장국을 끓여도 맛나다고 감탄하는 순간이 잦다. 순댓국, 족발, 곱창, 돼지껍질 등 보기에도 혐오스러운 음식은 솔직히 한 번도 먹어본 적도 없다. 최애 육류 아이템은 삼겹살 정도. 작년엔 기적의 밥상을 읽고 동물성 단백질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양한 질병의 원.. 더보기
[독일어] 드디어 B2 진입 11월 초에 쓰기 시작한 10대 뉴스를 11월 말에 두 명의 친구와 줌으로 나눴다. 10대 뉴스는 한 해를 성찰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에 좋은 성찰 도구다. 매달 3대 뉴스를 쓰면 10대 뉴스 쓰는 건 훨씬 수월하다. 올 한 해를 두 달 먼저 성찰한 덕분에 올 초, 썼던 단 하나의 목표를 기억해냈다. 그것은 독일어, B2 문턱에 닿는 것이었고 한 달 전인 11월만 해도 도달 전이었다. 그런데 그걸 바로 어제 시작했다는 놀라운 사실! 2020년 두 달 남겨두고 잊었던 목표를 기억하고 박차를 가했다. 아직은 여지가 남아있는 시간이니. 그래도 이렇게 빨리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래에 쓴 건 내 10대 뉴스 중 일부다. 한 달 전에 B1단계에 집중해서 끝낼 것 같다고 썼는데 정말 그랬다. 이번 주 월요.. 더보기
[Koinmo] 소책자 인쇄물 안녕하세요. 여러분! 공공외교 프로젝트 코인무 마지막 결과물인 책자가 나왔어요. 강렬한 붉은색 디자인 속 KF로고와 뒷장엔 작업하신 분들 이름을 넣은 크레디트를 멋스럽게 배치했네요. 무엇보다 작가 Yujin Kim 이름을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네요. 하하하. 처음 계획은 영화 속 한국 문화를 카드 뉴스로 제작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과 온라인 토크쇼로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익숙하지 않거나 인쇄물의 장점을 고려해서 책자(영어와 독일어)로 인쇄해서 배포하기로 변경했답니다. 열두 개 카드 뉴스를 어떤 순서로 배치하고 리플릿은 어떤 모양으로 제작할지 고민이 많았답니다. 병풍 형식으로 열리는 리플릿을 카테고리별(K-food, K-Culture, K-history, K-experimen.. 더보기
11월은 카페도 셧다운! 새달 11월이 시작이다. 2020년, 년도 숫자도 어쩜 이렇게 딱 떨어지냐며 예쁘다예쁘다했는데. 이제 겨우 두 달 남았다. 독일은 11월부터 한 달간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는다. 올봄 3월과는 다른 대처다. 그때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학교까지 문을 닫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불행 중 다행인가.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서 곧 2만 명을 찍을 기세다.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던 10월 가을 방학엔 도저히 집에만 있기 힘들다,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라도 쐬러 가야겠다 싶어서 유일하게 한국 지인이 사는 뒤셀도르프 기차 티켓을 끊었다가 날렸다. 하필이면 그날 내가 사는 동네가 코로나 위험지역으로 발표가 나서. 그럴 경우 호텔에서 코로나 음성 판정 확인서가 필요하단다. 결국 호텔도 날릴 뻔했지만 환불이 돼서 그나마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