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는 요즘 밥 먹고 나면 꼭 군것질을 찾는다. 물론 딸뿐 아니라 아들도 마찬가지다. 요즘 남매가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뭘 볼 때 주전부리를 먹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하긴 나도 어릴 적을 떠올려 보면 간식 먹으면서 책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썩는 줄도 모르고. 이가 썩어서 불편하거나 치료 시 여러 번 치과를 방문해야 하는 일이 귀찮기도 해서 특별히 치아 관리는 신경 쓰는 편인데 가끔 이렇게 놓친다. 딸아이 치아를 오랜만에 들여다보니 어금니 하나에 썩은 조짐이 보인다. 갈색도 아니고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머지않아 곧 구멍이 뚫릴지도 모르겠다. 눈으로도 보일 정도면 이미 늦었다.
이렇게 눈으로 썩은 정도가 보이면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하는데 독일에서 예약하면 기본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한 달이 어디냐며 부리나케 약속을 잡는다. 작년엔 11월에 약속을 잡는데 다음 해 1월로 넘어간 적도 있었다. 아이가 하교 후 원하는 시간을 잡으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대서 기가 찼다. 도저히 오래 기다리면 안 되겠다 싶을 만큼 급할 땐 학교를 빠지더라도 오전으로 잡는다. 이젠 요령이 생겨서 마지막 진료 때 꼭 다음 예약을 미리 걸어둔다. 치과는 최소 6개월에 한 번 점검하면 좋을 테니까. 지난번 마지막 진료 때 깜박했더니만 이런 일이 생겼다. 제발 그때까지 크게 썩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치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 동네 병원(zum Arzt)을 찾아도 최소 한 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치과에서 난 2시간을 기다린 날도 있었다. 도대체 약속은 왜 잡는지 의아해서 의사에게 약속을 잡았는데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게 다반사인지 물었더니만(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미안하다면서 자기 남편은 병원(im Krankenhaus)에서 8시간도 기다린 적이 있다고 해서 할 말을 잃었다. 기다리다 병이 더 심해지겠군. 2시간은 감지덕지인가!
<2017년 10월 2일, 손가락 인형 끼고 진료 받는 딸>
그나마 아이가 치과 가는 일이 덜 괴로워 다행이다. 썩은 부분을 치료할 때 딸아이에게 손가락 인형을 끼워주고 손을 들고 있으라면서 아이의 관심을 그곳으로 돌렸다. 누워서 손가락 인형을 끼운 팔이 자꾸 내려올라치면 의사는 "높이 잘 들어야지! 한국 돼지는 어떻게 울어? 독일 돼지는 00하고 울거든" 하면서 아이가 겁에 질리지 않게 유도했다. 치료를 잘 마치고 난 후에는 늘 선물 서랍을 열어서 장난감을 하나씩 고르게 한다. 아이는 치과 가는 일이 즐겁다. 갈 때마다 선물을 하나씩 고를 수 있어서.
치아 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팁으로 몇 가지를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중 인상적인 것은 치아도 쉬어야 덜 썩는다는 것이다. 간식도 이왕이면 하루 세 번 식사 시간 때 먹고 그 외에 줄기차게 뭔가를 먹으면 더 잘 썩는다면서.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먹고 나서 바로 양치 시키기도 어렵고 양치 후에 먹는 일을 쉬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치실 사용은 당연히 중요하고! 치솔질 제대로 사용하는 법도 거대 모형을 가져와서 시범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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