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꽃유진/MeStory

만년필

@pixabay

 

책의 사인이 독일어가 될 줄이야.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두 명과 독일어 선생까지 출판은 알렸지만, 어차피 읽지도 못할 텐데 선물해서 뭐하나 싶어서 관두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초창기에 알던 엄마인 사바를 만났다. 늘 바쁜 척하는 내가 먼저 만나자는 일이 쉽지 않은데 사바가 먼저 만나자고 해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 만나니 이렇게 좋은걸! 나도 참 무심하다.

 

사바에겐 그동안 연락을 못 한 일이 꼭 책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그런 핑계라도 댔다. 덜 미안하려고. 그랬더니만 엄청 기뻐해주었다. 대단하다고! 내가 그렇게 듣고 싶은 말을 독일 친구에게 듣는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책이 많이 안 팔려서 기운빠진댔더니 그래도 괜찮아. 책을 낸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잖아.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라고도 했다. 다른 친구도 물론 그렇게 말해주었다. 유명한 작가도 첫 책은 모두 그랬다고. 사바는 자기도 내 책을 살 수 있냐고 물었다. 한글도 모르는데 내 책을 사겠다니! 말만으로도 고마워서, 당연히 선물해주겠다고 했다. 사바는 사인을 해달라고도 했고.

 

딸이 엄마에게 선물해준 만년필 이야기가 전영애의 <인생을 배우다>에 나온다.

 

"만년필

만년필을 잡으면 글을 쓰지 않아도 손이 따뜻하다.

만년필을 놓고 스탠드 불빛 앞에서 손을 펴본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주먹을 가만히 쥐었다가 다시 펴면,

내 손안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 하다."

내게도 만년필이 있다. 와우 동무들이 독일 올 때 준비해 준 귀한 선물이다. 퇴고하면서 가끔 만년필을 떠올렸다. 책 나오기 전엔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농처럼 말했는데 이젠 빛을 보게 해줘야겠. 구본형 선생님은 자신의 책이 나오면 두 딸에게 꼭 짧은 편지를 써서 선물하셨다길래. 나도 남매에게 엄마의 마음을 적어서 선물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 했다. 조만간 실행을 해봐야지. '젊음은 좋은 것이다. 몰입은 더 좋은 것이다.' '매일 흘러 넘치게 쓰세요.' 내가 받은 작가 사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다.

 

어딘가에 가 닿기를 바라는 지금의 내 심정을 대변한 글도 만났고.

 

"언젠가 누군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 막막한 희망만으로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우는 글처럼,

진정한 마음을 담은 글은 언젠가

어딘가에 가 닿는다.

가 닿고야 만다."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http://betterthanbefore.tistory.com/285?category=764443

'웃음꽃유진 > Me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4학기]필독서 5권  (0) 2018.05.23
굿바이 긴 머리!  (0) 2018.05.09
저자 소개  (0) 2018.04.09
첫 책<엄마라서 참 다행이야>출간  (0) 2018.03.28
VIP, 당신은 매우 중요한 사람입니다.  (0) 201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