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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Deutsch

여기는 B1, 무참하게 깨진 날

 

B1 수업이 드디어 시작했다. 작년 12월 중순에 A2가 끝나고 2주 반의 방학 동안 독일어는 한 개도 들춰보지 않았다. 얼마나 꼴도 보기 싫던지! 그랬던 수업이 다시 시작이다. 수업 전날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머리고 지끈거리는 게 심적 부담감이 몸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래도 혹시 소개할지도 모르니까, 간단한 자기소개를 작성했다. 월요일만 수업하는 클라우디아(내 친구와 하필 이름도 같다)의 장점을 기억하면서 이런 문장도 만들었다. A2 Kurs war nicht Einfach. Die Unterricht von Claudia hat sehr spaß gemacht. Ich bin schon aufgeregt auf B1 Kurs. 다행히 쓸 일은 없었다.

 

그녀는 교재 외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한다. 무엇보다 말을 많이 시킨다. 지난 학기에도 각 나라의 축제를 발표(강요는 아니라 용케 하지 않았다)한다던지 주로 작문 숙제을 내주고 첨삭한다. 고통스럽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다. 하루에 몇 문장이라도 독일어로 생각하고 써보라고 종종 제안하고. 이렇게 쓰다 보니 장점이 많다. 이번 학기 수업을 신청할 때 선생이 마음에 든 것도 한몫했다. 문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미카엘은 무척 친절하다. 20명 정원의 A2 에서 절반이 같이 왔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큰 안심이다.     

 

제길슨! 첫 수업을 끝내고 나서 입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다. 첫날부터 너무 시켜서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소그룹으로 본문을 이해하고 몇 개의 질문에 답을 발표했다. 보고 읽지 말고 말하듯이 하라고 강조했다. 우리 조엔 헝가리(독일어론 Ungan)에서 온 존이 있었는데 독일어를 막힘없이 줄줄 말하는 친구다. 존 외에 나포함 둘은 들러리로 나갔다가 몇 문장 겨우 말하고 들어왔다. 얼마나 수치스럽던지! 내가 어디 가서 말 못 해서 주눅 들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독일어 덕분에 자긍심에 스크레칭 났다. 선생도 여기는 B1이라고 정확히 언급했다. 나 들으라는 듯이.

 

첫날부터 무참하게 깨진 셈이다. 지금까지는 수업만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게 목표(40일 수업 일수 중 3일 결석)였다면 여기선 그 정도로는 살아남지 못할 분위기다. 앞으로 닥칠 수치심에 무감각해질 것인가, 보란 듯이 공부해서 극복할 것인가. 여전히 괴롭다. A2와 B1은 교실 분위기가 수준도 다른만큼 열정도 달라 보인다. 하긴 A2가 쉬웠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B1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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