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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보통날

우린 썩 괜찮은 팀!

준비하면서는 정신없지만 그래도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의 피로감을 느끼며 생일 파티를 즐겼다. 무엇보다 날씨가 화창했다. 숲에서 보물 찾기를 할 건데 비라도 오면 낭패겠다 했는데 날이 좋아서 천만다행이다. 8년 전 추석 전날 딸을 낳았다. 나올 듯 말듯한 아이를 퇴근하려던 담당 선생님이 극적으로 받아주시고 가셨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지난주 토요일에 딸 생일 파티를 치렀다. 2년 넘게 한 반에서 지내니 생일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도 생긴다. 생일 파티 준비 1단계, 3주 전에 생일 파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한다면 초대할 친구는 몇 명쯤 되는지 고심해서 명단을 뽑고 초대장을 만들었다.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셋으로 총 여덟 명의 친구를 초대했는데 모두 참석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초대해주어 고맙다면서 재인이가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물어서 난감했다. 부모는 부모에게 아이는 아이에게. 특히나 남자 친구 엄마들이 더 적극적으로. 

 

준비 2단계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토요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의 일정은 이렇다. 가든에서 선물 개봉식을 하고 제비뽑기를 해서 1팀과 2팀을 나누어 숲으로 간다. 숲으로 가는 길에 있는 놀이터에서 쉬면서 브리첼과 케이크를 먹고 팀별 지도를 공개한다. 이때 원본과 사본의 이정표 사진의 선명도가 다르니 각 팀 주장을 뽑아 가위 바위 보로 원본을 누가 가질지 정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얘들은 엄청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좋아했다. 서로 주장이 되겠다고 나서고 원본을 차지한 팀은 환호했다. 지도에 있는 사진은 보물을 숨겨둔 이정표다. 살구씨에 숫자를 적어 파란색 끈에 글루건으로 붙여둔 샘플을 보여주며 이게 바로 숨겨둔 보물이고 이 숫자에 적힌 대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선물은 간식인데 찾은 만큼 팀별로 먹는 거다.  

 

내가 준비를 할 때 미리 사진을 찍고 역으로 나도 그 이정표 사진을 보면서 숨기는데도 쉽지 않았다.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찾기 어려워서. 열 곳 중 두 곳은 나중에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드디어 보물을 숨겨 둔 숲에 도착해서 찾는데 엄청 신난다. 다섯 명, 혹은 네 명인 한 팀이 힘을 합해 찾아가는 모습이 꽤 뿌듯하다. 두 팀이 균형을 맞춰 찾도록 힌트를 적절하게 주며 도왔다. 누구라도 한 명 살구씨를 찾으면 완전 산삼이라도 찾은 듯 좋아하며 고함을 질렀다. 찾는 묘미가 꽤 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좋고. 씨앗에 적힌 숫자대로 선물을 나눠줄 때는 또 얘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위버라숑이나 음료수 한 박스)이 나올 때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얼추 균형 잡히게 선물이 분배된 듯하다. 

 

찾은 간식을 팀별로 나눠먹고 잔디밭에서 원반 던지기와 공놀이 하면서 놀았다. 아들은 여동생 친구들과 잘 놀아주었다. 6학년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 딸이 1학년으로 입학해서 일 년 같은 학교를 다닌 덕에 딸 친구들이 모두 아들을 잘 안다. 4학년이 1학년 동생과 파트너를 맺어서 돌봐주는 시스템인데 그때 친해진다. 동생 친구들과 오빠가 잘 놀아주니 그것도 보기 좋다. 자상한 남편은 언제나처럼 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왜 그렇게 매달리는 아이들이 많은 지 돌아가면서 업어주고 돌려주고 뛰다 보니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스마트한 엄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인기 많은 오빠와 자상한 아빠는 얘들과 잘 놀아 주어서 딸의 생일 파티를 아주 만족스럽게 끝냈다. 딸은 파티가 끝나는 것이 아쉽다 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