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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여행

[암스테르담 Concert Gebouw] 헨델의 메시아

 

2019년 12월 26일 오후 2시 15분 공연,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나오니 벌써 밤이다. 연주만 두 시간이라 남매는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클래식만 들으면 잘 자는 아들은 중간중간 열심히 고개를 떨구고. 딸은 지휘자 손짓 따라 열심히 지휘 흉내 낸다. 시간 맞춰 입장하는 관람객들의 복장은 크게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하게 갖춰 입었다. 백발의 노부부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기품 있게 들어서는 모습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이 함께 연말 공연을 즐긴다. 우리는 무대 뒷자리, 지휘자를 마주 보는 리사이틀 좌석을 예매했는데 옆에 마침 우리와 같은 가족 구성원이 나란히 앉았다. 다른 점은 남매가 장성했다는 거. 아이들이 커서 함께 공연을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그 많은 객석이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찼다. 오케스트라와 코러스단 그리고 지휘자 순으로 입장할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오고. 공연이 시작되고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자휘자의 손짓이 두 시간 내내 어찌나 부드럽게 펄럭이던지. 인간의 손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 손짓에 따라 자연스럽고 질서 정연하게 테너 소프라노 알토 코러스가 노래를 하고 악기 연주자는 연주를 한다.

 

  

헨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에 ä 움라우트가 있는 헨델은 독일 사람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에서 보냈다지만 중풍으로 고생할 때 다시 함부르크로 돌아와 이렇게 길고도 아름다운 곡을 단숨에 만들어냈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 게 바흐에서 들은 메시아는 네덜란드어. 교회에서 자주 듣던 <할렐루야> 부분은 익숙했다. 성경 구절로 이루어진 메시아라는 곡은 그야말로 대서사시다. 팸플릿의 영어를 참고해서 내용을 이해하며 들었는데 순간순간 감동이 몰려왔다. 지나고 보니 3년간의 독일 정착 기간 동안 신의 도움을 곳곳에서 느껴져서. 기도에 빚진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가족을 위해 늘 기도하는 사람, 신실한 셋째 언니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자신이나 자식을 위한 기도는 절로 나오겠지만 동생을 위해서 절실히 기도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목사님도 우리 가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해주실 때 진심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순간 신을 찾고 기도가 절로 나온다. 기도할 힘마저 없을 땐 믿을 만한 사람에게 기도를 부탁하는데 그 어려운 기도를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생각했구나 반성했다. 헨델의 메시아라는 곡은 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감사하기에 제격인가 보다.

 

워낙 긴 곡이라 중간에 30분간 쉬는 시간이 있었다. 티켓값이 45유로인데 쉬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공연 옆 카페에서 마시는 와인이나 음료 커피가 무료다. 그러고 보니 네널란드는 다른 물가에 비해 문화 예술을 즐기는 요금이 저렴하다. 이곳에선 매주 수요일 점심 공연도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https://www.concertgebouworkest.nl/en/concertgebouwork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