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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딱 꼬챙이 만한 체리나무를 정원에 두 그루 심었다. 기특하게도 자리를 잘 잡아서 딸이 '만개'라고 이름 지어준 나무에선 곁가지가 10개나 나왔다. 한국에 사는 큰언니도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체리나무를 심었는데 언니네 나무는 가지가 나오지 않고 키가 엄청 컸단다. 알고 보니 중심 가지를 잘라줘야 곁가지가 나온단다. 어쩐지 우리가 알디에서 산 체리나무엔 윗면에 촛농이 발라져 있었다. 위로 자라지 말라는 표식이었다는 걸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작년에 폭풍 성장을 하더니만 올해는 글쎄, 꽃이 피었다. 꽃이 핀다는 건 열매가 열린다는 거니까. 올해 체리를 기대해도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한그루는 약간 그늘쪽이라 그런지 품종이 달라서 그런지 만개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곁가지 두 개가 나왔고 열심히 초록잎을 틔우는 중이다. 매일 쑥쑥 자라는 체리나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집의 퓨어 블루 사장 집의 체리나무는 20년, 마틴 집에도 4년 정도 된 체리나무에선 벌써 체리꽃이 만발이다. 훨씬 먼저 심어서 무성해진 꽃과 나무의 크기를 보면 부럽지만 미리 앞서 키운, 큰 나무를 보면서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 집 체리나무의 미래가 예상되니 한치의 의심이 없다. 희망이라는 건 선 경험자를 보면서도 갖게 된다. 일 년 전 우린 희망이 무럭무럭 자란다. 그저 심었을 뿐인데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생명이 주는 신비함을 경험한다. 우리 집 남매가 훌쩍 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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