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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리고영화

(영화) 하이디(Heidi)

하이디 영화음악 (Heidi OST - Music by Niki Reiser 니키 라이저)

 

어릴 적 읽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기억되는 하이디는 빨강머리 앤의 '앤'처럼 삐삐롱 스타킹의 '삐삐'처럼 플란더스의 개의 '파트라슈'처럼 어둡고 쓸쓸한(외롭고 적적한) 환경에서도 밝고 맑게 자란 소녀다하이디가 유독 좋아했던 다락방에 깔린 짚더미는 어떤 느낌일까. 풀썩거리며 노는 그곳엔 풀향이 가득한 것만 같았다. 외로운 밤 창밖으로 쏟아지는 별들과 알프스의 장엄한 풍광을 그려보면서 스위스의 알프스를 상상했다.

 

 

 

2015년판 영화, 하이디는 알랑 그스포너 감독 작품으로 독일 영화다. 독일어 수업에서 먼저 본 남편이 독일어 공부하기에 좋고 내용도 감동적이라며 추천해주었다가족이 함께 보아도 좋겠다면서 하이디가 천진난만한 딸을 닮았단다. 독일에선 불법 다운로드는 허용되지 않으니 정품 DVD를 아마존에서 구입했다잘 아는 스토리에 풍광도 멋지고 동심도 자극하니 무한 반복해서 본다면 독일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맡겨지러 가는 길)에 거추장스러운 원피스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산을 누비는 하이디는 자연인 그대로의 모습이고 아이 본연의 모습이다마침 유치원에서 숲에 가는 날이라 도시락 가방을 싸면서 잘 놀다오랬더니만. 딸은 숲에 가면 똥이 너무 많아서 놀기가 어렵단다. 하이디처럼 똥도 개의치 말고 놀라고 엄마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던진다

 

 

 

구김살 없는 하이디를 만난 할아버지는 마음의 빗장을 연다. 의자가 하나뿐이던 식탁엔 하이드를 위한 의자를 직접 만들어주신다. 할아버지는 나무 썰매에 하이디를 태워 피터 집에 데려다주시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하이디에게 학용품과 가방을 준비해주신다. 행복한 알프스 생활도 잠깐. 건물들이 빽빽해서 산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대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클라라 집에 살게 된 하이디는 몸에 맞지 않는 것 투성이다.

 

 

 

 

 

할아버지와 피터가 사는 알프스로 돌아가고 싶은 하이디의 베개는 밤마다 눈물에 젖는다. 할아버지가 그리운 것인지. 자연의 품이 그리운 것인지 하이디는 잠 못 이루고 잠옷 바람으로 밤마다 현관문을 열고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그리움에 시름시름 앓는 하이디지만 집에 갇혀 휠체어 탄 클라라는 하이디와 헤어지기 싫다. 부유하지만 외로운 클라라에게 하이디는 신세계이고 늘 같이 머물고 싶은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딸 클라라를 생각하면 하이디를 돌려보내기 어려웠을 텐데 죽은 아내를 떠올리며 하이디를 보내주는 클라라 아빠가대단해 보였다. 

 

 

 

피터는 빵과 치즈를 나누어 먹는 하이디의 숲 친구다. 하이디는 이가 없어서 딱딱한 빵을 먹지 못한다는 피터 할머니를 잊지 않고 부드러운 빵을 바구니 가득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갑갑한 신발은 바로 벗어 버리면서. 하이디를 만나러 알프스까지 먼 길을 온 클라라. 클라라와 하이디의 우정은 뭐랄까. 서로 다르지만 달라서 서로 호감을 갖고 존중해준다. 식탁 예절은 벗어버리고 하이디처럼 우유를 마시고 콧잔등에 묻은 우유를 소매로 쓱 닦고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웃는 장면은 감동적다. 글을 깨치지 못한 하이디에게 책 읽기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준 클라라 할머니는 '너만의 이야기'를 적으라며 빈 노트를 선물해주신. 클라라와 하이디의 친밀함에 질투한 피터가 휠체어를 산 밑으로 밀어 버린다. 그 덕분에 클라라의 새하얀 발이 힘겹게 한 발자국을 떼는 순간도 감격스럽지만 하이디가 자신의 일처럼 환호하는 모습이 예쁘. 우정도 지키고 그리운 할아버지도 만나 알프스에서 노는 곱슬머리 하이디가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