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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김나지움 (5 ~ 12학년)

[5학년] 부모 상담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독일 학교는 2월부터 2학기가 시작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부모면담이 잡혔다. 부진한 과목은 과목별 선생님이 특별히 호출하시고 면담시간에 동참하신다. 월요일(2월 11일) 저녁  7에 담임선생님과 독일어 선생님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선생님을 마주 보고 앉았다. 물론 그전에 교실 앞까지 나오셔서 악수로 반갑게 인사했다.

 

사각형 자리 배치가 눈에 띄는 교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담임은 아이에게 먼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뭐냐고 물었다. 아이는 영어와 수학이라고 대답하고 선생님도 아이가 좋아하는 만큼 잘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아이의 강점 중 오리가미는 최고라면서 만들기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하셨다. 전체적으로 성적이 좋을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잘 돕고 아주 훌륭하다면서 충분히 자랑스러워도 되겠다며 우리의 동의를 구하듯이 물었다. 우리 부부는 그저 부끄러운 듯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아이 머리를 한 번 쓱 쓰다듬었다. 급하게 흘러가는 독일어에 귀를 기울이느라 큰 칭찬에도 여유는 없다. 

 

다만 조금 미진한 부분은 독일어다. 이번엔 독일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차례다.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EVA(과목 중에 자율 시간인데 일주일에 몇 시간 있다. 이 시간은 아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은 숙제를 하는 모양이지만)시간에 대충 빨리 숙제를 끝내버린단다. 좀 더 집중해서 문장을 쓰길 바란다고. 집에서 독일어 책을 읽고 쓰는 연습을 하라고. 독일어 단어책으로 공부를 하는지도 물으셨다. 학교 갔다 오면 게임하기 바쁘고 시간 나면 한글책을 읽겠지 알아서 속도가 더딘 독일어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남편이 질문했다. 한국에서 아이가 10년을 살다가 독일에 산지 2년 반이 되었다. 그래도 이정도로 하는 게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쭉 독일에서 공부하려면 독일어의 중요성을 안다. 혹시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선생은 아직은 없다고 했다. 지금처럼 하면 되지만 우리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독일어 책을 읽고 쓰는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모가 돕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뭘 해야 할지 한 번 짚어주는 게 인상적이다.

 

난 항상 마음에 아이 독일어를 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내 코가 석자라 아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솔직이 없었다. 올해부터 해리포터를 조금씩 읽기를 권하는 중이다. 더디더라도 조금씩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할 테니까. 솔직히 그즈음 난 독일어를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뜨끔했다. 아이에게 독일어를 권하려면 포기는 못하겠다. 일단 지금 하는 독일어 코스부터 성실하게 마치는 걸로.

 

아이와 동행한 이유도 알겠다. 부모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 테니까. 아이에게 동기 부여되어 자발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말이다. 자율, 자발적 의지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아이를 칭찬하더라도 아이 앞에서 부모가 함께 들을 때 효과가 훨씬 크고. 향상되어야 할 점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유하면 훨씬 나을 듯하다. 교육에서 선생, 부모 그리고 아이가 함께 조력하는 게 효율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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