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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MeStory

브런치 작가는 어떻게 되었나


"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한 편의 글이 작품이 되는 브런치를 만나 보세요. 글 자체만으로 당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빛날 수 있어요. 내 글을 주제별로 묶어 연재할 수 있는 매거진은 좋은 글을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잊고 있던 작가의 꿈을 펼쳐보세요." 브런치 홍보 문구는 달콤하다. 

 

[브런치 Brunch] 플랫폼에 들어갈 때마다 유독 내 눈을 사로잡는 건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가 말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당신은 쓰면서 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쓰기만 한다면 마법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문장은 이상하게 끌린다. 세 번의 작가 신청에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지원하게 만든 중독성 있는 경구다. 최종 합격 메일을 받은 건 2018년 2월 18일. 첫 책의 원고를 끝낸, 타이밍도 죽인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지원한 때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2017년일 거다. [독일 라이프] 1년 차에 내 인생 첫 책의 원고를 붙들고 퇴고하느라 지쳤다. 색다른 돌파구가 필요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충 신청했는데 역시나 떨어졌다.

 

'아쉽게도 브런치 작가에서 떨어졌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신청하라는' 첫 번째 탈락 메일은 신청서에 정성을 들이지 않았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진짜 심사라는 걸 하는 건가? 그걸 다 읽겠어?' 의심하면서 처음보다는 조금 더 정성을 들여 재신청했다. 두 번째도 탈락. 그땐 별 미련이 없었다. 나 싫다는데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라 접었다. 주로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노출되는 글을 읽다 보니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도 멋져 보였다. 브런치에 올라온 긴 호흡의 꽤 괜찮은 글도 있었다. 게다가 나를 떨어뜨릴 정도라니. 오기가 발동되었다.

 

 번째 지원서는 두 번째보다 원고에 더욱 정성을 들였다. 역시나 탈락 메일.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떨어졌을 땐 좌절했다. 감히 나를 떨어뜨려? 도대체 브런치가 뭐길래. 다신 지원하나 봐라. 흥! 치! 뽕! 씩씩거리다가 네 번째 도전까지 갔다. 묘하게도 내 책의 원고를 넘긴 후, 퇴고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그만큼 정성 들인 세 편의 글이 브런치 작가 신청서로 낸 셈이다. 세 번이나 떨어진 후에 브런치 작가가 어럽게 되니 기쁨과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렵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만큼 정말 열심히 글을 써야 될 듯한 사명감도 생겼다. 아래는 브런치 작가 합격 통보를 받고 쓴 글이다.

 

책 작업도 지루할 무렵, 2019년 설 연휴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몇 번 거절당한 터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합격 메일을 받았다.

책으로 출간 예정인 정돈된 원고를 첨부해서 그런가.

암튼 기분은 좋다.  

나란 사람은 거절당하고 다시 도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브런치는 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그 매력은 글 잘 쓰는 숨은 고수들이다.  

음악계의 언더그라운드처럼.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은 외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좋아하는 책 읽다가 글 쓰고 싶어 안달 나는 것처럼

그곳에 연재된 글들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또 지원했다.

브런치 작가가 뭐라고!   

브런치 작가는 되었지만 이젠 그곳에 글 올리는 일이 주저된다. 은근히 떨려서.

 

독립 출판물의 원고를 순차적으로 올리면서 독자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게다가 겨우 몇 개의 글을 발행했을 때 <밥은 하고>는 브런치 메인에 떴다. 메인에 오르니 이삼일 만에 몇 만 명이 내 글을 읽었다. 그때의 쾌감이란. 만 명 이상 읽으니 그 글의 소명으론 충분했다. 만 명 이상 조회수는 뽕 맛이다. 물론 메인에 소개되는 일은 드물지만 내 글이 인정받은 느낌은 꽤 좋다. 요즘은 발행한 글이 천 명 이상 읽으면 만족한다. 오늘까지 78개의 글을 올렸고 구독자는 130명. 전체 글 누적 조회수는 13만 9천. 수치로 분석해보면 최소 천명이 읽어야 한 명이 구독 버튼을 눌렀다. 

 

브런치 작가 후기를 보니 숱하게 떨어진 사람도 많았다. 세 번 낙방은 기본이고. 지금도 여전히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지원하는 예비 작가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꾸준히 글 쓰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전략이 통했다. 작가의 문턱이 낮으면 소중함이 반감될지도. 지원서에는 브런치 작가가 된다면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 묻는다. 그동안 글을 써온 경력과 활동하는 블로그를 기입하는 항목도 있고. 자신이 쓴 세 편의 글도 첨부해야 한다. 그럴듯하게 소개하는 작가 소개도 필요하고.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는 과정 자체는 쓴 글들을 돌아보게 했다. 쓰기를 애정하고 꾸준하게 쓰고 싶은 열정이 있거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명 괜찮은 플랫폼. 현재는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았지만. (2020년는 브런치보다 블로그, 브런치 휴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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