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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매니저 어딨냐고 그 한마디만 했어도

 

자주 가는 마트 에데카 인원 제한수가 지난주엔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었다(현재 다시 100명으로 돌아왔다). 고로 사용 가능한 카트가 50개, 카드 없이는 마트에 입장 불가라 빈 카트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길게 선다. 마트 한 번 가는 것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로스만은 약간의 식료품과 세제 휴지나 비타민 등을 파는 생활 용품점인데 이곳 인원수는 20명이다. 다행히 카트 대신 바구니를 들어도 되니 좀 더 낫다. 샴푸나 비타민 세제를 살 때 주로 이용한다. 장보기 리스트에 마스크팩을 사려고 적었는데 마침 세일로 2유로 자리가 1.35유로다. 요즘 피부 관리에 신경을 못 쓴 것 같아서 4개를 담았다.

 

독일은 계산 후 영수증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잘못 계산된 경우가 잦다. 최악은 사지 않은 물건이 찍힌 적도 있다. 초반엔 독일어 영수증도 눈에 잘 안 들어오니 대충 훑어보고 말았고 발견하더라도 따지기가 어디 쉽나. 이젠 귀찮아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역시나 어제도 로스만에서 산 계산서에서 마스크팩 세일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다시 들어가기도 줄 서서 카트를 기다려야 하고, 계산대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참으로 귀찮다. 다시 들어가서 말하지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건 내 독일어 자존심의 문제다. 아무리 귀찮아도.

 

내가 분명 Tiefpreise라는 할인 팻말을 확인했지만 가격까지는 내 기억도 믿을 수 없으니, 계산대로 가서 이거 잘 못된 거 같다고 따지기 전에 매장 안의 가격을 다시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잘못 계산된 걸 보여주었더니만 잠깐 기다리란다. 직원이 다시 확인하겠노라고. 갔다오니만 글쎄, 자기네가 가격표 교체를 하지 않은 거였다. 세일 기간이 끝난 걸. 그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땐 자기네 실수니 할인된 가격으로 가져가라고 해서 차액을 거슬러줬다. 그런데 이번엔 세일된 가격으로 팔 수 없으니 환불하란다. 정중하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뻔뻔하게. 

 

마스크 쓰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덥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삐쩍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점원이라, 말 섞기도 싫어서 순하게 따랐다. 실수를 발견한 게 어디냐면서. 예전엔 이것만으로도 만족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녁에 갑자기 억울함이 뒤늦게 올라온다. "미안하다"는 그 쉬운 말 한마디 없는 계산원이 괘씸해서. "매니저 어딨냐" 고 그 한마디만 했어도 덜 억울했을 텐데, 밤 10시에서야 떠오르다니. 

 

결국 밤 10시 로스만 소비자 센터에 메일을 썼다. 이건 단돈 2유로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의 실수로 가격표를 교체하지 않았으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냐. 시간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기분이 무척 나쁘다. 슈토프에 있는 로스만 5월 14일 5시 근무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씩씩거리면서 쓴 것 덕분에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잤다. 마스크팩 사기 한 번 힘들다. 로스만에서 안 산다. 아마존에서 10개 주문하고 말지. 한국어든 독일어든 아무리 귀찮아도 순발력 있게 따질 건 따져야 속이 편하다. 외국인이라 우습게 본 건가 싶은 마음이 안 들려면 더욱더. 무엇보다 흥분하지 말고 쿨하게 핵심만 전할 수 있는 스킬을 연습하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