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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김나지움 (5 ~ 12학년)

[야채와 소스 두 개] Gemüsestick mit 2 Dip

 

 

딸은 월요일 학교에서 올 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다더니, 화요일 새벽에 학교 가려고 깨울 때도 뭔가 시원찮아 보였다. 독일은 다른 건 몰라도 아프면 학교를 과감히 안 간다. 남편은 옛날 연탄가스 먹고도 무식하게 동치미 국물 마시고 학교를 갔는데 참 그 시절엔 어쩜 개근상이 뭐라고. 하긴 우리에겐 성실함이 상위 가치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독일은 그런 면에선 꽤 다르다. 조금만 아파도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낸다. 한국인에겐 조금 어려운 부분이다. 딸도 친구들이 중간에 아프다고 조퇴하는 모습을 보거나 자기가 볼 땐 크게 아픈 거 같지 않은데 학교를 빠지는 걸 보면서 우리 엄마라면 저 정도면 분명 그냥 가라고 했을 거란다. 게다가 엄마는 데리러 오지도 않을 거라면서. 맞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알 테니, 학교에서 아플 예정이라면 아예 가지 않는 게 낫다.

 

다행히 엄살은 아닌 거 같고 하루 이상 불편해하니 선생에겐 메일을 쓰고 하루 쉬었다. 그리고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집에 올 때 버스 정류장에서 자전거 타고 오면서 사고 날 뻔한 일이 심리적으로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배가 아프니 아이도 정신이 없었던지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도로를 건너는 바람에 부딪힐 뻔했단다. 뒤 따라오던 오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무튼 하루 쉬면서 여러모로 좋아졌다. 오후엔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해서 2주에 한 번 프로젝트 수업에서 하는 베이킹도 미리 했다. 선생이 레시피를 주면 각자 집에서 혼자 만들고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이번 주는 Gemüsestick mit 2 Dip이라고 우리로 치면 야채는 쌈장에 찍어 먹는데 여긴 저렇게 느끼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두 소스 모두 Quack에 Schmand(요것도 유제품)를 같은 비율로 섞고 첨가제를 조금씩 달리한다. 치즈 케이크에 들어가는 Quack에 Schmand를 섞고 레몬즙과 소금을 넣으면 Quack소스. 카레 소스엔 삶은 달걀을 썰어 넣고 카레 가루를 적당히 섞는다. 이건 맛을 보니 완전 인도의 풍미. 토종 한국인 입맛엔 느끼한 걸 두 종류나 만들어서 남은 건 어떻게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