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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파싱(Fasching), 카니발 즐기는 아이들

 

 

파싱(Fasching), 카니발 즐기는 아이들

 

 

 

사육제는 기독교 국가에서 부활절이 오기 40일 전에 며칠 동안 벌이는 축제를 일컫는다. 카니발(Carnival)이라고도 하는데 독일에선 Fasching이라고 부른다. 사순절(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교회 절기)이 시작되기 전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음껏 먹고 마시는 행사로 2월 첫째 주 금요일, 학교에서도 카니발 축제가 열렸다. 아이들은 무슨 복장을 할까 들뜨는 시간이다.

 

 

 

보통 때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슨 축제 때만 되면 마음 놓고 변신하고 흥에 취한다. 하긴 유치원 때부터 다양한 복장으로 카니발 축제를 즐기니 판만 깔아주면 알아서 변신에 이력이 났으려나. 내겐 익숙하지 않은 카니발 행사에 아이들 의상을 준비하려니 잠깐 고민스러웠다. 작년엔 딸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유치원에 갔고 올해는 역시나 분홍 공주가 되겠다며 여름 원피스를 꺼내 입고 갔다. 한복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작은 아이 것은 작아졌고 큰 아이는 마침 사촌 형에게 물려받은 한복이 있어서 입고 갔더니 인기가 좋았단다.

 

 

 

아이들이 놀면서 먹을 음식으론 각자 한 가지씩 핑거푸드로 자발적으로 담당해서 준비하면 된다. 십시일반으로 준비하니 큰 비용들이지 않고 서로 부담도 없으면서 애들이 놀다 간식으로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엄마들이 각자 준비해 온 머핀이며 과일 꼬치 등 모두 맛있고 신났다면서 또 파싱을 하면 좋겠단다. 계속 놀고먹고만 했다면서.

 

 

 

교장선생님은 빠삐용, 큰 아이반 선생님은 수녀, 딸 반 선생님은 공룡으로 변신하셨단다. 어른인 선생님도 덩달아 축제를 즐긴다. 복장이 바뀌면 아니 복장에 따라 용감해지기도 하니까. , 그렇지. 자의식을 버리면 훨씬 유쾌해질 수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와우 스토리 연구소에선 매년 1월에 신년회로 전체 기수가 보인다. 그 자리에 마지막 기수가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코너가 있는데 10기인 나는 2016년 신년회 때 강남스타일 춤을 선보였다. 무대에 선 기억도 안나고 다 큰 어른이 되어 춤을 추려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뽀글뽀글 가발을 준비했고 부끄러운 우린 모두 눈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가발 하나 쓰고 눈만 가렸을 뿐인데 훨씬 과감해지고 용감해졌다. 의상이란 게 바로 이런건가 보다. 각 잡고 무게 잡던 모습을 하루쯤 쉽게 내려놓게 했다. 가면 하나 썼을 뿐인데 오히려 기존의 가면이 벗겨지는 기분이랄까.

 

 

 

매일 긴장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살다가 하루쯤은 기존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자유롭게 되는 날, 내가 볼 땐 독일에선 카니발 축제도 그중 하나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선생님도 그저 지켜만 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음악에 몸을 흔드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유로워 보인다.

 

 

 

자의식을 벗는 시간, 그런 시간이 가끔은 필요해 보인다. 맨정신으로 살기 어려울 때 알코올의 힘을 빌리면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의상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이 된 듯 즐기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어른보다 자의식을 쉽게 내려놓는 아이는 역시나 음악만 틀어주면 언제 수줍음이 있었냐는 듯이 몸을 흔든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보기만 해도 유쾌하다. 가끔은 그렇게 힘이 들어간 몸을 훌훌 털어주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충전된 에너지로 사순절의 고난을 거뜬히 견디듯이 일상도 더 잘 살아가지 않을까       

 

 

<2016년 1월 30일 강남스타일 춤 연습하던 날, 유쾌하고 행복했다. 자의식을 벗어던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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