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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4학년]무사히 끝난 부모 상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독일에선 1월 말에 1학기가 끝난다. 일 년에 한 번, 학기가 끝나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이 있다. 아이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한 학기를 보낸 3학년 1학기 때도 선생님을 만났고 두 번째다. 특이점은 상담에 아이도 함께 참여한다. 영어가 가능하신 선생님이 좀 더 유창한 영어로 통역해줄 제자도 대동했다.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본인은 독일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영어로 통역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담임 선생님은 독일어, 수학, 영어, 체육을 가르치시고 그 외의 과목별 선생님의 피드백을 대신 전달해 주셨다. 아이는 모든 과목이 Gans toll(Exellent)이다. 음악은 악기 다루기와 힙팝에 재능을 보였고 미술도 아주 훌륭하다. Sach(과학 전반에 해당하는 과목)는 발표를 굉장히 잘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은 모든 시험에서 ‘Note1’을 받았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겠지?”라며 아이를 보시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다. 영어도 Super고 독일어까지 아주 잘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부부에겐 아이가 자랑스럽겠다면서 선생님도 엄청 감격한 듯 보였다. !” “어메이징!”만 소심하게 외칠 뿐이고.

 

성적(Arbeitsverhalten)과 사회성(Socialverhalten) A부터 D까지 다섯 단계로 나눈 차트를 아이에게 하나씩 보여주면서 네 생각엔 어디에 해당할 것 같아?” 물으셨다. 성적에 대해선 아이는 B C 중간을 가리켰는데 놀랍게도 선생님은 그 둘도 아닌 ‘A’라고 하셔서 우린 모두 깜짝 놀랐다. A는 학교 역사상 지금껏 손에 꼽을 정도고 반에서도 당연히 아무도 없다고 네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며 축하해주셨다. 반에서 1등을 한 거다. 독일에 온 지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성적표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질문할 뿐 아니라 수업하면서 수시로 필기를 하며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고 모든 과목에서 능통하다.”(이 성적엔 시험점수만 포함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손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의 여부도 꽤 중요하다. 아들의 친한 친구 킴이 C를 받은 이유는 수업시간에 손을 잘 들지 않아서다.)

 

아이는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 전, 무슨 말씀을 하실까. 성적은 어떻게 받았을까. 무척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일년 전 성적은 'C'였, 첫 학기에 중간인 C를 받았을 적에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C를 제일 많이 받기도 하고 언어도 서툰 상황에서 그 정도면 잘했다고 칭찬했는데 A는 상상도 못 했다. 일 년 전 상담하고 돌아오면서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성은 D를 받아서 충격이고 속상해서 애들 좀 괴롭히지 말라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사회성은 C로 한 단계 올랐다. 선생님도 C는 아무 문제 없단다. 친구들과 장난을 좀 친다고 말씀하시면서.

 

4년제인 초등학교(GrundSchule) 졸업 후, 5학년으로 진학하면서 HauptSchule(5학년~9학년), RealSchule(5학년~10학년), Gymnusium(5학년~12학년)으로 나뉜다. 공부를 계속하기 원하거나 대학까지 진학할 경우 김나지움으로 가고 과정은 8년이 걸린다. 나머지 두 학교는 기간이 짧다. 여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는 공부가 어려워지고 많이 해야 한다는 김나지움에 가고 싶어 했다. 김나지움에 가려면 성적 평균이 2등급 이상이어야 간다는데 과연 성적이 될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선생님께서 의심의 여지 없이 김나지움에 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다른 학교에 가면 아마도 지루할 거라면서. 진학 시 독일어, 수학, 영어의 등급이 제일 중요한데 독일어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과목은 1등급이지만 독일어가 3등급이라 조심스레 물었더니만. 나머지 과목이 월등히 잘하고 이렇게 1년 반 만에 독일어를 3등급 받을 정도면 아무 문제 없단다. 독일 아이들도 대부분이 독일어를 3등급 받는다면서.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독일에서도 시험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간 큰 엄마에 사교육은 근처에도 안 가봤고, 공부하란 소리는 1도 안 했으며 신경 좀 쓴다는 게 숙제는 했니? 정도일 뿐인데 아이가 알아서 좋은 성적을 받으니 대견타. 독일에선 학교만 잘 다녀주면 고맙겠고 아이가 잘 적응해서 한국에서처럼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랬는데 이렇게 칭찬 받게 될 줄이야. 초반에 숙제를 도와주면서 수학 문제의 질문이 뭔지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엄청 소요 되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그럴 때가 벌써 옛일이 되었다. 아이의 수준은 이미 오래 전 내 손을 벗어난 것도 감사하다.

 

언어가 해결되니 아이는 일사천리로 진도를 따라잡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독일어까지 반에서 상위권을 달린다. 사교육 시키지 않겠다는 내게 남편은 한국에 있으면서 끝까지 시키지 않기는 아마도 어렵지 않겠냐고 물었다. 사교육 시킬 형편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럴 마음이 없는 내게 끝까지 시키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는 의미다. 당연히 한국에 살았다면 장담하기 어렵다. 대입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향해 달릴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문제 뿐 아니라 구조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볼 때 나 혼자 신념을 지키며 살기 어려울테니까.  


김나지움에 진학해서 8년을 다니고 Abitur(아비투어: 대입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학비도 전액 면제인 대학 진학률이 50%밖에 되지 않는 독일이라도 아이가 꼭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면 직업 학교에 가더라도 상관없다. 다만 공부가 적성에 맞고 본인이 원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요즘은 독일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사교육도 조금씩 생기는 추세지만 아직은 학교 공부만으로도 잘 따라가니, 우리에겐 최선의 환경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겐 어쩌면 이곳이 천국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