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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열 한 살 생일 파티

정확히 오후 3, 초대한 시간에 차 다섯 대가 줄줄이 집 앞에 선다. 남자아이 모두 머리에 무스를 바른 듯 세워 멋 내고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내린다. 생일 맞은 주인공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을 받고 차를 태워준 부모들은 차 안에서 생일 축하한다며 유유히 떠난다. 저녁 7시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주 열 한 살 생일인 큰 아이 생일 파티를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생일 카드는 일주일 전에 전해주었고. 오후 세시에 집에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여서 보내는 일정이다.

 

 

뭐 하고 노나 뭘 먹이나 프로그램 짜야 하는 거 아닌가 고심했는데 그런 고민이 괜한 거였다. 보드게임은 꺼낼 시간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늘 그렇지만 알아서 잘들 논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 간식 먹고 생일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놀다 들어오니 저녁 먹을 때다. 한식이랄 것도 없는 간장 양념 한 떡 강정과 만두를 준비하고 치킨 너겟을 튀겼다. 독일 애들은 만두와 떡 강정은 거의 먹지 않고 남겼다. 실컷 먹여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아쉽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행사를 잘 치렀다친구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풀어보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생일 선물로 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더니 두 명이나 선물에 10유로를 꽂아 두었다. 종이접기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크기 별 색종이를 선물한 친구도 있고. 아무튼 생일 날은 친한 친구들과 진하게 노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