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부터 멀대처럼 큰 키의 청년들뿐 아니라 북적대는 스케이트 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당당하게 스케이트 장을 누빈다. 갑자기 오누이가 스케이트 타는 걸 지켜보다가 세상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이 순간은 스케이트라는 걸 타는 사람과 못 타는 사람이 나뉘겠구나. 싶다. 등까지 땀이 흥건하게 젖은 아이들과 달리 언 손을 비비며 시계만 자꾸 본다. 난 독일에 살면서 자꾸 내가 못하는 것과 맞닥뜨린다. 자전거가 그랬고 수영이 그렇고 스케이트 항목이 하나 더 추가다.
독일에선 이 세 가지가 모두 공교육에서 해결된다. 그게 제일 부럽다. 살면서 삶을 윤택하게 하는 스킬을 사비 들이지 않고 배우는 것. 자전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포츠 시간에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면허증을 받는다. 경찰이 직접 와서 자전거 안전 점검(벨이나 불 등)까지 해야 통과다. 수영은 당연히 필수로 2학년 체육 시간에 최소 해마까지 이수해야는데 대부분 해마 다음 단계인 브론즈까지 따서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5학년 체육 시간에 또 수영을 하는데 그때 브론즈 다음 단계인 실버를 따는 아이들도 있다. 아들은 5학년 때 실버를 이수했다. 수업 시간에 어느 정도 자극을 주는 것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학교에서 접하고 흥미를 느껴 더 열심히 하기도 하니까.
6학년 땐 스포츠 시간에 스케이트를 탄다. 스케이트 장을 매일 갈 수는 없으니 하루를 통째로 비워서 두 시간 체육 수업을 스케이트장에서 한다. 아들은 1학년 겨울에 양주역 앞에 있던 썰매장에서 스케이트를 탄 경험이 전부인데 몸이 기억해내서 스케이트를 탔단다. 롤러스케이트 탄 게 균형 잡는데 도움이 됐고. 수업 시간에 짧게라도 경험하니 스케이트 타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긴다. 아들은 조금만 연습하면 더 잘 탈 수 있겠다더니 얼음 위를 겁 없이 질주한다. 딸은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탔는데 한 시간, 옆 트레이 잡고 걷기 연습하다가 금방 혼자 탄다. 그러니 수업 두 시간 동안 배우면 짧은 게 아니다. 못 타던 아이가 타게 되는 시간일지도. 딸은 같은 반 친구 얀느도 만났다. 눈 귀한 북부 독일에서 1월 초까지만 오픈하는 스케이트 장이 인기다. 스케이트 맛을 알게 된 오누이 덕분에 아마 매주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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