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일상

말해 뭐해, 독일어보다 요가 목요일 저녁, 한 시간 반 수업인 요가는 한 시간 마사지받은 효과 저리 가라다. 목요일은 독일어(5시 15분부터~8시)와 요가 수업(7시 30분부터 9시)이 겹친다. 독일어를 아예 빠지고 요가를 갈 것인가, 한 시간이라도 수업을 듣고 양해를 구하고 요가를 갈 것인가. 얼마나 고민되던지. 당연히 마음은 무조건 독일어를 제치고 요가, 말해 뭣해. 화요일 수업도 부스터 샷 핑계를 대고 빠지고 바디발란스를 택했다. 끝까지 고민하다가 양심에 찔려서 한 시간이라도 독일어 수업을 듣고 요가를 가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완벽하진 않지만 둘 다하면서 독일어 선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켰다. 목요일 밤 요가는 남편도 같이 하는데 끝나고 밤 9시 반쯤 집에 오니 남매는 모두 잠들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학교 다니니 .. 더보기
이만하길 천만다행 아들아이가 교정기 뺀 후에 이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게 고정 장치를 했던 철사에 이상이 생겨서 브레멘의 교정치과에 다녀와야 했다. 마스크도 손세정제도 없는 상황에서 불안이 가중. 일단은 얼굴을 만지지 말고 사람들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조심하라고 일렀다. 그 와중에 중앙역 가는 기차를 분명 확인하고 탔다는데 반대로 갔다고 전화.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아들은 다녀왔고. 그 사이 난 원래대로 딸과 숲 산책을 하고 장을 봤다. 손세정제는 찾아볼 수가 없고 로스만에 휴지가 동났다. 독일의 확진자 수가 한국을 제친 날 한국에서 가족과 지인의 연락이 많이 온 날이다. 불안한 마음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다. 두 놈이 밖에서 나무 막대기로 놀겠다고 나갔다가 일어난 일이다. 너무 놀래서.. 더보기
샷츠가 셔츠된 사연 한국 드라마 즐겨보는 독일 언니는 연인 사이에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왜 '오빠'라고 하는지 식당에서 점원을 부를 때, '언니'나 '이모'라고 부르는지 의아해했다. 영어 자막으로 오빠는 brother로 이모는 aunt로 뜰 테니 이상할 만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제 사이나 가족끼리 부르는 호칭과 다른 의미라는 걸 설명하는 데 애 먹었다. 독일에선 존칭으로 여자에겐 Frau를 남자에겐 Herr를 성 앞에 붙인다. 친한 사이엔 나이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고. 난 여전히 아이들에게 마리타 이야기를 할 때 마리타 할머니라고 부르게 된다. 물론 직접 부를 땐 마리타라고 부르지만. 한국 문화에선 선생님 이름을 대놓고 부를 일은 없다. 한국인과 일한 적 있는 외국 친구는 한국인이 높여 부를 때 ‘님’이 붙는다면서.. 더보기
주인 닮은 개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 기차 플랫폼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는 일행이 있었다. 보통은 연인이 주위 사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진하게 입 맞추는 장면을 부러운 듯 쳐다봤다면 이번엔 주인의 품에서 사랑 받는 개다. 의자에 앉은 주인이 그 큰 개를 다리 사이에 넣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털을 쓸어준다. 와, 사람에게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애정이 묻어났다. 개도 주인만큼이나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저 개 진짜 복 받았구나. 행복하겠다. 생각했는데 기차에 타고 보니 바로 우리 옆자리다.  기차에 지정석을 두려면 요금을 더 내면 된다. 우리도 마침 얘들이 있는데 좌석이 없으면 난감할 테니 지정석을 잡았다. 개를 데리고 탄 두 명의 그 중년 여자도 그런 모양이다. 우리처럼 마주.. 더보기
[추천]독일어 사전 앱 첫 주부터 호되게 고생했다. 수업 시간엔 마음고생, 집으로 돌아오는 몸고생. 하루는 오 분 간격으로 진입한 다른 기차를 전화하다가 잘못 타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탓에 한 시간이나 늦게 집에 왔다. 다음 날은 기차 전기 고장으로 버스로 갈아타느라 녹초가 됐고. Strom Unfall, Keine Strom을 알아들은 건 큰 수확이다. 이젠 좀 독일어를 알아들을 만하니 기차가 고장 나는 일도 생긴다. Burg로 가서 버스를 갈아탔는데 예전에 '독일어 말하는 카페'에서 만난 시리아에서 온 엄마를 만났다. 거의 일 년만인 것 같은데 그녀는 그때도 독일어를 잘한다 싶었는데 역시나 지금은 C1을 다닌단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론 나보다 독일에 더 오래 살았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더보기
친구와 함께라서 덜 외로운! 독일에서 친구가 몇 명이야? 묻는다면 두 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둘 다 나의 안부를 가장 걱정해준다. 타국에 살면서 덜 외롭다면 이들 덕분이다. 그중 한 명인 클라우디아는 남편이 학생일 때 호스트 패밀리로 만났지만 계속 관계가 유지된 것은 나로 인해서다. 거의 매주 산책도 꾸준히 하면서 시간과 애정을 쏟았다.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난 일은 독일에서도 행운이다. 연말엔 그녀의 집에서 함께 보냈다. 늘 그렇듯 우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미리 예쁘게 차려진 테이블과 한쪽에서 타오르는 벽난로 정갈하게 내오는 음식들 반갑게 맞는 얼굴 속에서 오가는 대화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했다. 우리가 다녀온 암스테르담과 그들 부부가 다녀온 베를린 여행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 여자 친구를 둔 토비아스와 .. 더보기
종일반(Ganstagsschule), 이렇게 좋은 것을 해보지 않은 것은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방과후 수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이런 사소한 것 하나조차. 아이가 학교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일단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다. 큰아이도 그렇고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 더 남아있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두었다. 이번 학기엔 아이가 돌아올 시간에 내가 집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신청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 끝나고 점심까지 먹고 오후 4시에 끝나는 일정이다. 비용은 물론 지불한다. 아이는 걱정했다. 밥은 어디서 먹는 거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서. 친한 친구 중에 하는 아이는 있을지 등등. 걱정된다고 꼭 해야 하냐고 몇 번을 물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숙제하고 방과후 수업(그림그리기나 피.. 더보기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사진출처*pixabay 시간이 지나니 엄청 놀란 일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지만 몇 달 전에 가슴을 쓸어 내린 일이 있었네요. 우리 아이가 남의 집 현관문을 깨리라곤(기물파손) 저라고 상상을 했겠어요?(당연히 상상을 못했죠.) 그것도 독일에서요. 기물 파손도 충격적인데 그 일이 있었던 당일엔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남매가 수상쩍더니만, 딸 표정이 좋지 않고 뭔가 일이 있는데 말은 못하고 오빠 눈치만 보다가 결국 무슨 일이 있는지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어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요. 사건이 있던 날을 복귀해보니 이런 날이었어요. 오후 세 시 반에 아이는 친구 집에 가기로 했어요. 아이의 고장 난 자전거를 진작 고쳤어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수업 시간에 필요해져서 더 이상 미룰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