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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당신 딸에게 따뜻한 신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독일에 도착한 45개 박스 중 15개가 책, 총비용은 삼 백 만원) 시월 초, 딸의 담임선생님이 내게 당신의 딸에게 따뜻한 신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마침 이삿짐이 도착하기로 된 날이라 얼마나 다행이던지. 독일의 시월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숲에 자주 가는 아이에게 여름 샌들보다는 운동화가 필요하다. 아이 발이 얼마나 추워 보였으면 저런 말을 다 하나 싶어서 얼굴이 잠시 화끈거렸다. 한국에서 독일까지 오는 데 근 네 달(6월 14일에 짐을 싸서 10월 6일에 도착)이나 걸린 이삿짐엔 아이가 최소 2년은 신을 수 있는 계절별 신발이 한 열 켤레는 있었다. 보통은 한국에서 배로 이삿짐을 보내면 한 달정도 걸린다고 해서 우리가 독일에 도착하고 난 이후 열흘 상간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보냈다... 더보기
김나스틱 내가 독일에 와서 6개월 만에 가장 먼저 진입한 곳은 김나스틱* 수업이 있는 운동센터야. 한국에서도 3년 동안 꾸준히 했던 운동이 아파트 단지 내 작은 스포츠 홀에서 있던 스트레칭 발레였거든. 내가 사는 동네(슈바니비데)가 작아도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할 수 있는 곳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두 곳이나 있었어. 마리타한테 물어보니 마침 할머님도 다니시는 데 한 번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 그 이후에 마리타가 차를 몇 번 태워줬는데 의사 소통이 안 돼서 괴로웠어. 그래서 그냥 혼자 가겠노라고 사양했지. 평일 오전 시간이었는데, 주로 나이 드신 분이 많이 오시는 시간대더라. 다행히 선생은 영어를 잘 했고, 한국에도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어서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잘해줬어. 나를 위해 따로 영어로 동작을 설명해.. 더보기
새모이 접시 의식이 서서히 깨어날 즈음 어슴푸레 들리는 새소리에 잠이 깬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서서히 잠을 깨며 감상하는 새소리도 좋고 벌떡 일어나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부엌 창가에서 더 가까이 들리는 새소리는 더 좋다. 그러면서 상상해본다. 정말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울음소리를 가르쳐주느라 새들이 저리 분주한 걸까. 요즘 유독 새 울음소리가 경쾌하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새의 지저귐을 듣기 위해서라도 일찍 몸을 깨운다. 새소리가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내 의식 중의 하나가 더 추가됐다. 커피 내리면서 새소리에 귀 기울이기! 봄이 되니 새소리가 더 우렁차다. 잘 관찰해보니 여섯 시가 지저귐의 절정이다. 그 이후 조금씩 줄어들어 일곱 시가 되면 잦아든다. 신기하다. 일.. 더보기
엄마, 좀 더 당당해져야겠어요. 독일에 다양한 보드게임은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에 좋다. 해는 일찍 지고 밤은 긴 겨울엔 더더욱! 가족이 돈독해질 때(화목해질 때)는 가족 원카드 할 때나 벌칙을 걸거나 반대로 상품을 걸고 하는 마우마우(한국에서 본 우노와 비슷하다) 게임을 할 때다. 카드를 다 뒤집어 놓고 같은 그림을 맞추는 메모리도 즐겁지만 마우마우 카드게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만들었다. 요즘 우리 가족이 단합하기에 종종 이용한다. 특별한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잡다한 일들에 밀려 가족이 함께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 가족이 함께 할 시간으로 좋다. 잠자기 전에 가족 마우 마우 한판할까? 모두 준비하셔. 하면 저녁 식사 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빠르게 마치게 하는 데도 유용하다. 어느 날은 남매가 한 팀, 부부가 한 팀,.. 더보기
열 한 살 생일 파티 정확히 오후 3시, 초대한 시간에 차 다섯 대가 줄줄이 집 앞에 선다. 남자아이 모두 머리에 무스를 바른 듯 세워 멋 내고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내린다. 생일 맞은 주인공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을 받고 차를 태워준 부모들은 차 안에서 생일 축하한다며 유유히 떠난다. 저녁 7시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주 열 한 살 생일인 큰 아이 생일 파티를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생일 카드는 일주일 전에 전해주었고. 오후 세시에 집에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여서 보내는 일정이다. 뭐 하고 노나 뭘 먹이나 프로그램 짜야 하는 거 아닌가 고심했는데 그런 고민이 괜한 거였다. 보드게임은 꺼낼 시간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늘 그렇지만 알아서 잘들 논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놀다.. 더보기
파싱(Fasching), 카니발 즐기는 아이들 파싱(Fasching), 카니발 즐기는 아이들 사육제는 기독교 국가에서 부활절이 오기 40일 전에 며칠 동안 벌이는 축제를 일컫는다. 카니발(Carnival)이라고도 하는데 독일에선 Fasching이라고 부른다. 사순절(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교회 절기)이 시작되기 전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음껏 먹고 마시는 행사로 2월 첫째 주 금요일, 학교에서도 카니발 축제가 열렸다. 아이들은 무슨 복장을 할까 들뜨는 시간이다. 보통 때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슨 축제 때만 되면 마음 놓고 변신하고 흥에 취한다. 하긴 유치원 때부터 다양한 복장으로 카니발 축제를 즐기니 판만 깔아주면 알아서 변신에 이력이 났으려나. 내겐 익숙하지 않은 카니발 행사에 아이들 의상을 준비하려니 잠깐 고민스러.. 더보기
자전거 학교 앞 거대한 자전거 부대다. 듣던 대로 독일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 머리가 희끗하신 노인도 엄청 높은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자전거의 생활화다. 인도 옆엔 자전거 도로가 꼭 있다. 걷다보면 '길을 비켜라'하고 울리는 경적 소리에 놀라곤 한다. 등 하교시 아이도 자전거를 매일 이용한다. 장바구니에 꽃을 두른 자전거 뿐 아니라 두 손을 놓고 묘기를 부리는 학생도 종종 목격한다. 해가 일찍 지고 늦게 뜨는 겨울을 생각하면 백라이트는 필수다. 주말에 마리타(68세)가 자전거를 30Km 탔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체력의 할머니다. 나도 자전거에 정 좀 붙여봐야 할텐데...하면서 부러워만 한다. 더보기
큰 행사, 생일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가장 큰 행사 중에 생일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에선 생일 전에 미리 축하하면 안된다. 당일에 축하를 못한다면 생일이 지나서 축하하는 것은 괜찮다. 생일인 아이는 머핀을 가져 와서 반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초콜렛이나 하리보 같은 작은 간식들을 나누며 생일 축하를 받는다. 초등학교 아들이 받아 온 생일 초대 카드가 앙증 맞다. 뒷면엔 날짜와 시간 주소와 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생일 파티 때 어디를 갈 계획인지도. 집에서만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캔디 공장을 방문해서 사탕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실내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기도 한다. 초대 받은 아이는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준비하면 된다. 어떤 친구는 상품권을 주기도 했단다.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겐 답례품처럼 달달한 간식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