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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VIP, 당신은 매우 중요한 사람입니다. 나는 1977년 2월 21일에 서울 용산의 어느 병원에서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났다. 내 위로 네 명의 언니들은 모두 집에서 태어나던 시절인데 나만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그때 그 시절엔 출생신고를 하러 간 날짜가 출생 일이 되는 건지 출생신고가 3월 1일로 되면서 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0301로 끝난다. 한동안은 아빠가 또 딸이라서 실망하셔서 출생신고를 늦게 하신 건 아닐까. 의심했다. 살면서 주민번호와 실제 생일의 차이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독일에 와서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이 집에 처음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할머님은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의 생일을 일일이 물으시고 달력에 기재하셨다. 언젠가 역술인 앞에서 내 생일뿐 아니라 가족 생일을 말했던 것과 .. 더보기
열 한 살 생일 파티 정확히 오후 3시, 초대한 시간에 차 다섯 대가 줄줄이 집 앞에 선다. 남자아이 모두 머리에 무스를 바른 듯 세워 멋 내고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내린다. 생일 맞은 주인공은 친구에게 하나씩 선물을 받고 차를 태워준 부모들은 차 안에서 생일 축하한다며 유유히 떠난다. 저녁 7시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주 열 한 살 생일인 큰 아이 생일 파티를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생일 카드는 일주일 전에 전해주었고. 오후 세시에 집에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여서 보내는 일정이다. 뭐 하고 노나 뭘 먹이나 프로그램 짜야 하는 거 아닌가 고심했는데 그런 고민이 괜한 거였다. 보드게임은 꺼낼 시간도 없이 만나기만 하면 늘 그렇지만 알아서 잘들 논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놀다.. 더보기
큰 행사, 생일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가장 큰 행사 중에 생일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에선 생일 전에 미리 축하하면 안된다. 당일에 축하를 못한다면 생일이 지나서 축하하는 것은 괜찮다. 생일인 아이는 머핀을 가져 와서 반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초콜렛이나 하리보 같은 작은 간식들을 나누며 생일 축하를 받는다. 초등학교 아들이 받아 온 생일 초대 카드가 앙증 맞다. 뒷면엔 날짜와 시간 주소와 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생일 파티 때 어디를 갈 계획인지도. 집에서만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캔디 공장을 방문해서 사탕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실내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기도 한다. 초대 받은 아이는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준비하면 된다. 어떤 친구는 상품권을 주기도 했단다.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겐 답례품처럼 달달한 간식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