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다양한 보드게임은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에 좋다. 해는 일찍 지고 밤은 긴 겨울엔 더더욱! 가족이 돈독해질 때(화목해질 때)는 가족 원카드 할 때나 벌칙을 걸거나 반대로 상품을 걸고 하는 마우마우(한국에서 본 우노와 비슷하다) 게임을 할 때다. 카드를 다 뒤집어 놓고 같은 그림을 맞추는 메모리도 즐겁지만 마우마우 카드게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만들었다. 요즘 우리 가족이 단합하기에 종종 이용한다. 특별한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잡다한 일들에 밀려 가족이 함께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 가족이 함께 할 시간으로 좋다.
잠자기 전에 가족 마우 마우 한판할까? 모두 준비하셔. 하면 저녁 식사 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빠르게 마치게 하는 데도 유용하다. 어느 날은 남매가 한 팀, 부부가 한 팀, 어떨 때는 남자팀 대 여자팀, 혹은 딸과 아빠가 편을 먹고 아들과 엄마가 편이다. 남매가 싸울 때는 둘도 많다. 많아! 했다면 게임할 땐 아이가 둘이니 짝도 맞고 좋다. 작은 아이가 클수록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늘어난다.
가끔은 진팀이 이긴팀에게 안마를 오 분씩 해주는 벌칙을 걸기도 하고 반대로 상품으로 과자 한 봉지만 걸어도 진지하게 게임에 임한다. 성취욕에 불타기도 하고. 보통은 3점이나 5점 먼저 내기로 시작하는데 한판 이길 때마다 1점 획득이다. 일등 상품이 겨우 과자 한 봉지지만 긴장감은 장난 아니다. 딸은 무릎 꿇고 앉아서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떨린단다. 보상이 이래서 좋다. 엄청 재미있어진다. 위 사진의 주전부리는 사촌 누나가 왔을 때 준비한 상품이다. 1등이 제일 먼저 원하는 품목을 고를 수 있다. 남매는 껌 한통 차지하겠다며 어찌나 진지하던지!
보상이 진지하게 임하기엔 좋지만 지면 골치다. 딸이 지고 오빠가 과자 한 봉지를 획득한 날, 한참을 엄마 품에 안겨서 울다가 귓속말로 “엄마 좀 더 당당해져야겠어요.”하면서 엄마한테 묻는다. “그런데 엄마는 왜 안 슬퍼해요?” “엄마한테 카드 게임은 슬퍼할 만큼 중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재인이한테 오늘 한 게임은 엄청 중요했으니까. 기운 빠질 만하지. 눈물도 나고. 내일 또 기회가 있으니까. 우리 딸 파이팅!” 좀 더 당당해져야겠다는 천진난만한 딸을 보고 웃는다. 아빠가 딸을 위로한답시고 “딸아, 엄마를 봐 꼴등 하시고도 저렇게 당당하시잖니?” 그 한마디에 딸이 좀 더 당당해져야겠다는 거였다. 하긴 게임에서 졌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
딸 엉덩이춤을 못 봐서 아쉽지만. 전날은 아주 완벽히 하는 판마다 이겨서 뒷다리를 번쩍 들며 좋아했다. 매트 위에서 손을 짚고 엎드려서 뒷다리는 올리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윗도리를 머리 위로 쏟아져서 등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다리를 들었다. 얼마나 야생마처럼 팔딱거리며 좋아하는지!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게임 이겼다고 실컷 웃음을 터트리니 좋다. 역시 웃음은 좋다. 딸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 덩달아 웃는다. 배꼽 빠지게 웃는 시간을 하루에 한번은 꼭 갖는 게 미션이다. 근심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스트레스는 덩달아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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