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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보통날

소파까지 조립할 줄이야 슈토프, 독일에서 두 번째로 살 게 된 동네. 그리고 이 집엔 가구가 일체 없다. 부엌도 죄다 떼어가는 경우가 많다던데 운 좋게 깨끗한 부엌을 적절한 가격에 산 건 행운. 최소한의 가구를 장만하는 일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도 꽤 걸린다. 조립으로 유명한 이케아는 독일에서도 인기. 어쩌면 제일 익숙하고 만만한지도. 이사 오기 전 필요한 가구(딸 책상과 아들 옷장, 부부 옷장)를 이케아에 직접 가서 보고 이사 후 주문했다. 배달 비용은 38유로. 맨 처음으로 조립한 가구는 부부가 쓸 옷장이었는데 5시간이 걸렸다. 처음인 만큼 쉽지 않았고 공구는 주인집에서 빌렸다. 그 이후엔 공구함도 구입. 조립 가구는 저렴한 비용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포장 종이 박스가 많이 나오는 건 별로고. 두 번째로 알게 된 가구점은.. 더보기
우리가 해냈다. 이사를! 독일에서 가구가 갖춰진 집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처음 슈바니비데는 운 좋게 가전 가구부터 소소한 부엌살림까지 모두 갖춰진 집이었다. 대신 집을 구할 때 가구 유무는 비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슈토프는 가구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집이다. 대신 부엌(인덕션, 냉장고, 오븐과 식기 세척기)은 전 세입자로부터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받았다. 보통은 부엌도 떼어가는데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인수할 경우 서로 떼고 붙이는 공사를 줄일 수 있으니 피차 좋은 일이다. 3년 사용한 부엌을 1200유로(150만 원)에 인수했으니 가격은 적당했다. 상태는 양호하고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슈바니비데 주인인 피터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구나 물품은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우리의 이사를 알렸을 때 피터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더보기
감기 날아가는 기운 나는 소식 머리를 너무 짧게 잘랐나 보다. 뒷목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한 번 짧은 커트를 한 이후엔 자꾸 짧게 자른다. 짧은 머리 스타일이 은근 중독이다. 머리 감고 말리는 일이 얼마나 간편한지.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도 짧으니 청소하기도 편한 느낌이다. 독일에서 겨울엔 비니 모자가 필수인데 아직 내 마음에 쏙 드는 모자를 못 찾았다. 새벽마다 딸 혼자 학교 보내기 걱정돼서 매일 아침 학교를 데려다줄 때 잠시 방심했나 보다. 감기가 바로 뒷목을 타고 들어왔다. 주말엔 설사병으로 고생하고 감기 기운이 약하게 있었는데 월요일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누웠다. 아무 일정 없는 날이라 얼마나 다행인고 하면서. 미니잡으로 발마사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그거라도 되면 이젠 온전한 자유시간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오늘이.. 더보기
크리스마스 과자 만들기 독일의 겨울이 무섭게 어둠을 몰고 온다. 서머타임으로 늦춰진 시간이 무색하게 하루하루 급속하게 어두워진다. 아침에 딸이 등원하는 시각인 7시 30분은 깜깜해서 야광조끼를 입힌다. 방과 후가 있는 날은 오후 4시에 끝나는데 집에 오는 길이 어둑어둑. 클라우디아와 일주일에 한 번 산책하던 오후 4시 반이 제법 어둡다. 겨울엔 어떻게 할까. 연말까지 쭈욱 쉬어도 괜찮겠다. 친구를 만나는 건 좋지만 독일어 대화는 솔직히 피곤하다. 푹 쉬고픈 동굴에 들어가고 싶은 유혹도 한편으론 드니까. 이런 소극적인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항상 먼저 손 내밀어주는 친구가 고맙다. 크리스마스 과자를 구울 생각인데 같이 만들래?라고. 2년 전엔 친구가 오누이를 배려한 쿠킹 클래스를 열었고 작년엔 아이랑 사부작사부작 만들었던 크리스마.. 더보기
고유한 존재로 불리는 이름 아시아인 이름에 뜻이 있다는 걸 아는 유럽인이 많지 않을 텐데 발마사지 수업에서 두 번째 만난 피트가는 발음하기 어려워 겨우 어렵게 한 자 한자 띄엄띄엄 발음하면서 내 이름을 자기 노트에 써달라며 묻는다. 뜻이 무엇이냐고. 독일에서 뜻을 묻는 사람은 처음인 데다가 독일어로 선비 유, 참 진을 설명하려니 당황스러웠다. 어떻게든 말해주고 싶어서 나온 말은 "잘 배우는 사람"이었다. 이름이 품은 뜻대로 참된 선비라면 잘 배우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틀린 말도 아니다. 말하고 보니 난 잘 배우고 싶은 욕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배움에서 기쁨을 느낀다.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은 삶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도구 중 하나라 믿는다.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름, 유진은 그 옛날 형제가 열두 명인 대가족의 장남.. 더보기
큰 아이의 이유있는 미운짓 지난달(열두 살 하고도 반년이 지난)부터 엄마 키(165cm)를 따라잡더니만 발 사이즈도 나를 넘어섰다. 아들의 영원한 경쟁 상대인 아빠와 어릴 적부터 그렇게 힘겨루기를 하더니만 요즘은 아빠를 대놓고 넘본다. 몸은 이렇듯 컸는데 네 살 터울 동생과 티격태격할 때 보면 아직도 얘다.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년도 아닌 그 경계선 어디쯤에 있는 사춘기 아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없었다’ 과거형이라 다행이다. 아들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 게임만 하는 사춘기 아들이 영 못마땅해서. 핸디에 코 박고 있는 아들은 묻는 말엔 건성건성 답하거나 묻는 말도 듣지 못해서 여러 번 물어야 할 때 열불 난다. 그놈의 핸드폰이 화근이다. 눈 뜨자마자 핸디, 학교 가기 전 그 잠깐 찰나에도 핸디, 학교에서 돌아와서.. 더보기
남편의 빈자리 남편이 출발하고 난 후 저녁 일곱 시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는데 갑자기 퍽 하더니 전기가 나갔다. 정전이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 때 피터가 두꺼비 집에서 스위치 하나를 올리니 바로 불이 들어왔다. 지난번엔 거실만 정전이었는데 이번엔 온 집안이 정전이다. 다행인 건 촛불의 생활화라 이런 순간에도 크게 당황스럽진 않지만 냉장고까지 전기가 안 들어온 건 처음이다. 두꺼비 집 사진을 찍어 보내줬지만 멀리 있는 남편이 해결해 줄 수 없다. 내가 이리저리 스위치를 올려봤지만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결국 외출 중인 피터에게 전화를 해서 한 시간 안에 피터가 와 주었다. 우리의 하우스 마에스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두꺼비집의 모든 스위치가 위로 올라간 상태를 만들면 된단다. 다음번에 혼자 해결할 수 있.. 더보기
그러보 보니 가을 쇼팽하고 수업하다가 뒤셀도르프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뒤셀도르프에 아시아인이 많이 산다. 일본 회사가 많고 일본 식당도 많아서 뒤셀도르프에서 라멘을 꼭 먹으랄 정도다. 직접 가보니 일식당이 진짜 많았다. 일본인뿐 아니라 중국인과 한국인도 많단다. 하나로 마트도 있다고 들었다. 알고 보니 광산이 있던 곳으로 광부로 왔던 한국인의 2세가 꽤 산단다. 독일에서 태어난 경우에 모국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다섯 살에 독일에 온 작은아이만 봐도 한국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여덟 살인 딸은 한국 책 보다 독일어 책을 선호한다. 쇼팽도 프랑스인이지만 얘들은 모두 독일에서 태어나서 딸아이는 프랑스어를 하지만 다른 아이는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 본 쇼팽의 손녀를 아는 척하면서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