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곳보통날 썸네일형 리스트형 플레이스테이션과 우리 형편에 “아들, 축구할 때 입을 티셔츠 하나 샀어.” “난 필요 없는데 뭐하러 그런데 돈을 써요?” “(갑자기 뻘쭘 해져서)어, 엄청 싸서.” “얼만 대요?” “원래는 16유로인데 할인해서 5유로. 완전 싸지. 운동할 때 땀도 흡수되고 좋을 거 같아서.” 남편이 오랜만에 월급을 받은 8월 말, 오누이만 남겨 두고 쇼핑하러 나간 날 아들하고 통화한 내용이다. 돈 쓰는 맛의 사치를 좀 부렸다. 그래 봤자, 아울렛 매장에서 얘들 저렴한 티셔츠 몇 벌이랑 출근하는 남편 와이셔츠 세 장 그리고 내 신발 하나를 골랐다. 솔직히 안 사도 사는 데 지장 없는 것들이다. 쇼핑할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물건 고르는 일이 나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라서 더 그렇다. 책을 고르는 건 쉬운데 그 외의 것들은 여간 힘.. 더보기 독일에 살면서 느는 건 요리 실력 언니 넷 중 유독 요리 잘하는 사람은 둘째 언니다. 아무리 잘하는 음식점에 가도 언니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요리 실력 출중한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젠 알겠다. 게다가 언니는 요리하는 걸 무척이나 즐긴다. 덕분에 자매 모임에서도 주로 언니가 요리를 담당한다. 그런 언니가 지금은 산모 도우미로 활약 중인데 일하는 곳에서도 인정받는 모양이다. 하는 음식마다 맛있다고 좋아하니 요리하는 언니는 뿌듯하고 잘 먹어주면 그렇게 좋단다. 그런 언니가 참 신기했다. 집에서 손님 치르는 것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 음식을 뚝딱해내는 모습들이. 일 야무지게 잘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어딜 가나 일복이 많다. 동생 집 가도 뭐라도 하나 더 만들어 먹일 욕심으로 바쁘다. 딱 엄마 마음이다. 한국에서 난 그나마 집밥 .. 더보기 우린 썩 괜찮은 팀! 준비하면서는 정신없지만 그래도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의 피로감을 느끼며 생일 파티를 즐겼다. 무엇보다 날씨가 화창했다. 숲에서 보물 찾기를 할 건데 비라도 오면 낭패겠다 했는데 날이 좋아서 천만다행이다. 8년 전 추석 전날 딸을 낳았다. 나올 듯 말듯한 아이를 퇴근하려던 담당 선생님이 극적으로 받아주시고 가셨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지난주 토요일에 딸 생일 파티를 치렀다. 2년 넘게 한 반에서 지내니 생일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도 생긴다. 생일 파티 준비 1단계, 3주 전에 생일 파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한다면 초대할 친구는 몇 명쯤 되는지 고심해서 명단을 뽑고 초대장을 만들었다. 남자아이 다섯, 여자아이 셋으로 총 여덟 명의 친구를 초대했는데 모두 참석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초대해주.. 더보기 발 동동 구르며 애태운 날 걱정했던 전쟁통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어젠 진짜 최악의 날이다. 뭐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난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친다는 걸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아니면 엄청 부정적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그나마 좋은 쪽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고.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집에서 오후 4시에 나갔는데 밤 11시가 넘어서 귀가했다. 깜깜하고 불안한 날도 지나가고 오늘의 태양은 또 어김없이 뜬다. 어젠 발 마사지 첫 수업 날이다. 오누이만 떨렁 남겨두고 저녁 시간에 나가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얘들이 이젠 컸으니 한편으론 안심되면서도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버스 카드를 아들이 혼자 치과 다녀오다가 잃어버려서 삼십 분 먼저 나가서 재발급받으려다가 더 꼬였다. 결국은 남편 거라서.. 더보기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 김나스틱에서 우아하게 스트레칭하고 기분 좋게 집에 오는 길에 딸이 전화를 했다. 바상 사태라며 변기가 넘쳤는데 오빠가 키친타월로 지금 닦고 있는 중이라고. 이게 무슨 또 날벼락이야. 에효,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 똥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그래. 구질구질한 일상이 삭제된 채 우린 모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이태수 교수님의 강의가 떠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똥물을 닦아야 하는 구질구질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어떻게 하면 잘 포장해서 글을 쓸까 고민된다. 뚜껑이 확 열린다. 분명 아들이 핸드폰 게임하면서 제대로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변기 물을 내려서 발생한 거라 짐작한다. 그 뒤치다꺼리는 엄마인 내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게 열 받는다. 물론 아들은 제 딴엔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 더보기 한 여름밤의 가든 결혼식 한 여름밤의 가든 결혼식, 적고 보니 제법 마음에 든다. 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있었던 농장에서의 축제를 한 마디로 뭐라고 할까 하다가 생각난 제목이다. 열 시가 되기 전에 슬그머니 빠져나오긴 했지만 잠시 다른 세상에 있다가 나온 듯 많이 아쉬울 만큼 좋았다. 그곳에 더 머물고 싶어서. 축제에 가게 된 연유는 예전에 글에도 쓴 적이 있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만난 외국어 선생님 덕분이다. 외국인에게 독일어를 가르치시는. 워낙 아이를 예뻐해 주셨고 지금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분. 이번 학기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시작한 딸이 너무 잘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실만큼 각별하다. 두 달 전 6월,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주셨던 초대장이 바로 이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어? 농장에서 3일간 노는 거.. 더보기 발마사지 코스를 신청했다 화요일 오후 세시 반이나 네시 반, 친구와 산책하며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다. 어쩌다 보니 정착된 일상이다.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만난 2주 전쯤엔 각자의 여행 이야기 끝에 발마사지 코스를 배워볼까 한다고 툭 말해버렸다. 할까 말까 한다면 내게 무슨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이라 나도 모르게 나온 모양이다. 친구는 약간은 놀란 듯하다가 대뜸 그걸 배운 다음에 뭘 할 수 있는데? 묻는다. 글쎄, 나도 솔직히 잘 모른다. 발마사지를 알게 된 건 뮌헨에서 사는 브런치 작가를 통해서다. 그녀의 글에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특별한 자격이 필요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정보를 물었고 친절하게 브레멘 홈페이지뿐 아니라 뮌헨과의 가격 비교까지 여러 장의 사진을 캡처해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게다가 난 마.. 더보기 주말 부부 남편 없이도 푹 잘 자고 싶어서 요가 중년(요가 소년)의 굿 나이트 스트레칭을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했는데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뇌가 자꾸 깨어나는 걸 보니 오후에 누군가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지 못하고 홀라당 마셔버린 게 후회막심이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57분이다. 이 시간에 일어나 뭐라도 하면 다음날 하루가 또 힘들어지는 걸 아니 일어나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남편이 주중엔 다른 지역으로 간 후 숙면을 취하는 게 쉽지 않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란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같이 살 적엔 소중함을 모르던 것을 떠나고 나면 절실하게 알게 되는 것들 중 남편이 옆에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주중엔 떨어져 있다가.. 더보기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