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친구가 몇 명이야? 묻는다면 두 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둘 다 나의 안부를 가장 걱정해준다. 타국에 살면서 덜 외롭다면 이들 덕분이다. 그중 한 명인 클라우디아는 남편이 학생일 때 호스트 패밀리로 만났지만 계속 관계가 유지된 것은 나로 인해서다. 거의 매주 산책도 꾸준히 하면서 시간과 애정을 쏟았다.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난 일은 독일에서도 행운이다. 연말엔 그녀의 집에서 함께 보냈다. 늘 그렇듯 우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미리 예쁘게 차려진 테이블과 한쪽에서 타오르는 벽난로 정갈하게 내오는 음식들 반갑게 맞는 얼굴 속에서 오가는 대화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했다. 우리가 다녀온 암스테르담과 그들 부부가 다녀온 베를린 여행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 여자 친구를 둔 토비아스와 새해엔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카타리나의 첫 출발까지, 할 이야기는 넘쳤다. 이들과 함께라서 북적북적 덜 외롭고 따뜻했다.
우리 가족(우리 집 남매)과 그녀의 가족(장성한 그녀의 남매와)이 어우러져 영어와 독일어를 자유롭게 하는 풍광은 낯설지 않고 자연스럽다. 언젠가 내가 그리던 풍광의 한 장면이다. 큰아이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독일어로 번역해준 일은 자랑스러웠고.
83세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클라우디아의 아빠 이야기는 슬펐다. 돌아가시기 전에 아프지 않으셨고 손자 손녀까지 모두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 것은 축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3년 전이 결혼 50주년이셨단다. 우린 겨우 15년, 클라우디아는 25주년이다. 한 사람과 결혼해서 50년 이상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언젠가! 는 없다. 오늘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말에 우리 넷은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그러고보니 그들과 우리 부부의 가치관도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부다.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고 남매는 글로벌 시민으로 잘 성장했고, 부부 모두 낯선 문화에 개방적이고 세상에 호기심이 넘친다. 종종 둘 만의 여행을 떠나고 빵을 굽고 정원을 가꾼다. 오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정성껏 차린 음식만큼이나 마음이 넉넉한 친구 덕분에 에너지 충전하고 위로받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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