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즐겨보는 독일 언니는 연인 사이에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왜 '오빠'라고 하는지 식당에서 점원을 부를 때, '언니'나 '이모'라고 부르는지 의아해했다. 영어 자막으로 오빠는 brother로 이모는 aunt로 뜰 테니 이상할 만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제 사이나 가족끼리 부르는 호칭과 다른 의미라는 걸 설명하는 데 애 먹었다.
독일에선 존칭으로 여자에겐 Frau를 남자에겐 Herr를 성 앞에 붙인다. 친한 사이엔 나이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고. 난 여전히 아이들에게 마리타 이야기를 할 때 마리타 할머니라고 부르게 된다. 물론 직접 부를 땐 마리타라고 부르지만. 한국 문화에선 선생님 이름을 대놓고 부를 일은 없다. 한국인과 일한 적 있는 외국 친구는 한국인이 높여 부를 때 ‘님’이 붙는다면서 무조건 이름 뒤에 붙이는 줄 알더라. 유진'님'이라고 부르면 물론 존칭이지만 학생이 선생을 부를 때 이름 뒤에 무조건 ‘님’을 붙이진 않으니 이것도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에선 결혼한 사이에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이 본다. 아내를 신부라고 하지 않는데 남편에겐 신랑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진짜 이상하고. 다섯 살 차이가 나는 남편을 부를 땐 여보라고 부르고 칭할 일이 있으면 이름 뒤에 '씨'를 붙힌다. 물론 친구와 은밀히 부르는 애칭은 있지만 밝히진 못한다. 말의 위력을 알기에 좀 더 귀하게 여겨야 할 듯 싶어 독일어의 Schatz를 떠올렸다. 이 단어엔 보물이라는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러브 허니 디어 등 달콤한 의미가 한 광주리다. 그래서 그렇게 독일에서 연인 사이나 부부 사이에 호칭으로 많이 쓰는 모양이다. 자기 아이를 사랑스럽게 부를 때도 샷츠라고 한다. 처음엔 진짜 낯간지럽다 했는데 여러 번 듣고 의미가 워낙 좋으니 나도 한 번 써볼까 싶었다.
남편에게 뜬금없이 여보, 내가 이제부터 당신한테 샷츠라고 부르는 건 어때? 남편은 대뜸, 자기는 이미 샷츠가 있단다. 아, 맞다. 남편이 딸을 부를 때 샷츠라고 했지. 엄마가 딸한테 밀렸다. 나한테는 샷츠라고 부르기 싫다는 거야? 따졌더니만 농담이라길래 하루 샷츠라고 불렀는데 영 어색하다. 여보 대신 샷츠라고 부르며 문자를 보낸다는 게 글쎄, 자동 맞춤법이 활성화되면서 셔츠로 가버렸다. 한 순간에 보물이라는 뜻의 샷츠가 셔츠로 추락했다. 우린 배꼽이 빠지게 웃고 말았다. 남편 왈, 머지않아 런닝구 되겠구먼! 안 되겠다. 여보,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부르자. 샷츠는 일단 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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