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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니 엄청 놀란 일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지만 몇 달 전에 가슴을 쓸어 내린 일이 있었네요. 우리 아이가 남의 집 현관문을 깨리라곤(기물파손) 저라고 상상을 했겠어요?(당연히 상상을 못했죠.) 그것도 독일에서요. 기물 파손도 충격적인데 그 일이 있었던 당일엔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남매가 수상쩍더니만, 딸 표정이 좋지 않고 뭔가 일이 있는데 말은 못하고 오빠 눈치만 보다가 결국 무슨 일이 있는지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어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요.
사건이 있던 날을 복귀해보니 이런 날이었어요. 오후 세 시 반에 아이는 친구 집에 가기로 했어요. 아이의 고장 난 자전거를 진작 고쳤어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수업 시간에 필요해져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자전거 고치는 곳에 가야 했어요. 타이어가 터진 자전거는 땅에서 굴러가질 않아요. 쌩쌩 달리던 바퀴 달린 물건을 이동시켜야 할 상황에선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더군요. 남편은 시간이 없었고 혼자 가는 일은 힘들어서 아이와 둘이 들고 걸어서 20분 거리쯤 되는 곳으로 옮겨야했어요. 하필이면 위치를 정확히 기억 못 해서 헤매느라 더 힘들었죠. 지쳐서 포기하려던 차에 운 좋게 수리소를 발견했던 날이에요.
그 사이 아이는 친구와 약속 늦는다고 점점 짜증이 났고요. 겨우 맡기고 나는 집으로 아이는 친구 집으로 갔어요. 알고 보니 그 이후에 일이 있었더라구요. 아이 컨디션이 별로라 더 화가 난 건 아니었을까. 자전거 수리소만 가지 않았으면 그쪽으로 갈 일이 없었을 텐데, 라고 시간을 돌려 후회를 해보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기물 파손은 아니죠. 친구집 가는 길에 같은 학교 다른 반 아이가 심한 욕을 하고 달아났대요. 뜬금없이 욕 세례를 당하고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려서 아이는 따라가 잠긴 현관문을 발로 찼는데 그게 유리였어요.
다음날 그 집 아이가 학교에 이야기 한 모양이에요. 마침 그 아이 동생이 딸과 같은 반인데 이런 말도 했대요. 깨진 유리는 너희와 우리가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고요. 사건 당사자 둘은 각자 선생님에게 불려가서 이야기했고요. 그 날 학교에서 법정 코트(교장과 사건 당사자 아이의 선생님이 모였을까요)까지 열렸대요. 아이가 크면 이런 일이 있는데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 걱정할까봐 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는 것도 충격이고 그런 일이 있는데도 친구집에 가서 놀고 왔다는 게 더 황당했죠.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그날 오후 6시쯤 부모에게 전화하겠다는 것을 전해줬어요.
담임선생님께선 학교 법정 코트에서 상의한 결과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학교측에서 도와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독일의 경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니 선생님께 물었죠. 선생님은 우선은 그 날 아이와 그 집에 가서 유리가 얼마나 깨진 지 확인하고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독일에선 아이가 깨고 도망간 거로 오해하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요.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아이는 마침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파자마 파티에 갔어요. 생일 파티에 간 아이를 데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에 그 집에 갔죠. 알고 보니 그 집 엄마는 자기 아이가 심한 욕을 한 것도 모르고 별 관심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독일인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독일어가 서툰 만큼 그쪽은 영어를 못해서 소통이 어려웠는데 앞집 아줌마가 나와서 도와주셨어요. 겁에 질려 울먹이는 우리 아이에게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그 집 아이를 오히려 나무랬어요. 어쨌든 아이들은 화해를 하고요. 하우스 마에스터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상황을 알리고 보험 처리가 되어 있으면 배상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도 줬고요.
난민이 독일에서 일으키는 문제들을 종종 들어서 제가 외국인이라 더 위축되었죠. 아무래도 더 조심스럽게 마련이니까요. 아이는 깨질 줄은 상상도 못하고 발길질 한 번 했을 뿐인데 화를 참지 못해서 이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에 많이 놀랐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기물은 파손하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일러주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렸죠. 돈 들어 갈까 봐 엄청 졸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보험 처리가 된 모양이에요. 담임 선생님도 저희와 비슷한 말씀을 아이에게 침착하게 알려주셨고요.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자만하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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