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부터 호되게 고생했다. 수업 시간엔 마음고생, 집으로 돌아오는 몸고생. 하루는 오 분 간격으로 진입한 다른 기차를 전화하다가 잘못 타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탓에 한 시간이나 늦게 집에 왔다. 다음 날은 기차 전기 고장으로 버스로 갈아타느라 녹초가 됐고. Strom Unfall, Keine Strom을 알아들은 건 큰 수확이다. 이젠 좀 독일어를 알아들을 만하니 기차가 고장 나는 일도 생긴다.
Burg로 가서 버스를 갈아탔는데 예전에 '독일어 말하는 카페'에서 만난 시리아에서 온 엄마를 만났다. 거의 일 년만인 것 같은데 그녀는 그때도 독일어를 잘한다 싶었는데 역시나 지금은 C1을 다닌단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물론 나보다 독일에 더 오래 살았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대부분 독일어를 잘하는 건 아니니, 대단한 그녀다. 부거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오는 방향이 비슷해서 오는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에 독일 할아버지도 합류해서 어쩌다 보니 셋이서.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한국이 양궁으로 금메달을 딴 나라라며 반가워했다. 독일에서 양궁을 십 년째 하셨단다. 독일에서 양궁이라니! 양궁 클럽(Schützenverein)도 소개해줬다. 한국에서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물론 연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활 쏘는 자세가 어깨와 등 아픈데 효과가 좋다니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해보니 그럴만했다.
그날 집으로 오면서 드는 생각은 독일어를 C1은 해야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다시 목표를 수정해야겠다. 처음 시작할 땐 B1이 목표였는데 어림없다. 그러려면 치러야 할 대가가 장난 아니다. 말이 통해서 좋고 소통으로 유능감을 느끼려면 고통의 강을 즐겁게 통과해야 할 텐데... Übung macht den Meister! 연습만이 대가를 만든다는 격언을 주문처럼 외워본다.
어젠 숙제만 하는데 꼬박 두 시간이 소요됐다. 독일어가 사람 잡네, 싶은 날이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수업 날은 뇌가 늘 포화상태다. 더 들어갈 틈이 없다. 뇌용량을 늘리든지 해야지, 원. 독일어 공부하기 좋은 앱(The Free Dictionary)을 John이 알려줬는데 기존에 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편리하다. 단어의 뜻뿐만 아니라 동사의 경우 시제 변화에 따른 문형을 한눈에 보여줘서 공부하기 좋다. 예문도 생각보다 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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