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가 교정기 뺀 후에 이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게 고정 장치를 했던 철사에 이상이 생겨서 브레멘의 교정치과에 다녀와야 했다. 마스크도 손세정제도 없는 상황에서 불안이 가중. 일단은 얼굴을 만지지 말고 사람들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조심하라고 일렀다. 그 와중에 중앙역 가는 기차를 분명 확인하고 탔다는데 반대로 갔다고 전화.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아들은 다녀왔고. 그 사이 난 원래대로 딸과 숲 산책을 하고 장을 봤다. 손세정제는 찾아볼 수가 없고 로스만에 휴지가 동났다. 독일의 확진자 수가 한국을 제친 날 한국에서 가족과 지인의 연락이 많이 온 날이다.
불안한 마음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다. 두 놈이 밖에서 나무 막대기로 놀겠다고 나갔다가 일어난 일이다. 너무 놀래서 놀란 가슴 부여잡고 현관으로 나가보니 딸은 안쪽에 아들은 바깥쪽에 있고 현관 유리가 풍비박산이다. 그 많은 조각의 유리를 다행히 피해 딸은 손등만 아들은 팔목에 피가 흐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위험한 유리가 깨져서 다치고 피 본 일. 그렇게 주의를 주고 막대기 휘두르는 일은 위험하니 놀지 마라 했는데 문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두 가지를 어기더니만 기어이 사난이 났다.
안전에 관해서는 늘 단호했어야 했는데 잠시 방심했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앰뷸런스를 부를 상황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사고는 순간이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건만. 깨진 유리 조각을 치우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화와 짜증이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오후 5시. 수요일 오후엔 독일 동네 병원이 모두 문을 닫는다. 유리 조각이 박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는 걸로 일단 마무리했다. 이만큼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병원 문 여는 다음 날 8시까지 별일 없이 버틸 수 있기만을.
다음날 예약 전화를 해서 유리에 다쳤다고 했더니만 다행히 어디 여행 다녀온 적은 있는지, 열이나 기침 여부를 묻고 약속을 잡아주었다. 진료 보려고 온 사람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을 서고 접수하는 사람이나 의사 누구 하나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손이 어떻게 다치게 된 건지 설명보다 깨진 현관 사진을 보여주니 단박에 이해했다. 아이의 다친 손목을 보더니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 없다며. 만약 어제 다쳐서 상처 부위가 넓고 깊었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꿰맸어야 했다고.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특별한 건 없다. 소독만 하고 약도 안 바르고 밴드만 붙여준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독일은 인간의 자연 치유력을 엄청 신뢰하는 느낌이다. 어떻게 약도 안 바르는지. 그만큼 괜찮다는 이야기. 밴드도 하루만 하면 된단다. 물만 닿지 않게 조심하고 손가락 움직이는 게 이상하거나 상처 부위가 부으면 병원에 다시 오라고. 파상풍(녹슨 못에 찔렸을 때 감염되는, 동물에 물리거나 철사나 유리 같은 물체에 다쳤을 때 생기는 균) 주사 맞았는지 예방접종 기록을 병원에 가져오라고 해서 확인해보니 5차까지 접종했더라. 만 10살 ~ 12살 사이에 6차 추가 접종은 하질 않아서 13살인 아들 바로 접종.
그렇잖아도 작년부터 피터가 현관문을 교체해준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이럴 때 남편이 없으니 배로 힘들다. 힘든 짐을 나눠지지 못해서. 뒤처리를 다 한 다음에 남편한테 이야기했더니만 남편이 심장이 벌렁댄다며 더 놀랜다. 피터한테 전화해서 일단은 이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물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현관문에 붙은 유리가 덜렁덜렁 위험하고 도둑이 들어도 무방비 상태로 하룻밤을 보냈다. 이사할 집이 구해져서 좋아라 했는데 충분히 기뻐할 틈도 없이 일이 생긴다. 슈퍼맨 피터가 바로 다음날 일하는 사람 둘을 보내 위험한 유리를 떼어내고 임시 방편이지만 뚝딱 수리해주었다. 지금 집에 정 떼려고 그러는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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