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0일 오후 2시의 햇살이 반갑다. 점심은 남편과 함께 잡채를 해서 먹었다. 잡채 하나 했을 뿐인데 잔치 분위기가 솔솔 난다. 노란색 지단은 빼먹었지만 시금치, 당근, 양파, 쇠고기를 넣은 당면은 그럴듯한 비주얼.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해를 맞아야 한다며 오누이를 재촉해서 숲에 들러 산책을 했다. 산책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가족끼리 10대 뉴스를 나누려고. 가는 길에 사춘기 아들이 여동생을 자꾸 괴롭히다가 아빠한테 혼났다. 남편이 있으면 내가 낼 화를 대신 가져가 주니 고맙다. 주중에 혼자 아이들과 있으면서 얼마나 속 터지는지 알아주니 그것도 다행이고. 끝까지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들 때문에 화난 남편. 카페 가는 일은 무산될 뻔했다가 겨우 살렸다. 일상이 그렇다. 늘 해만 뜰 수는 없다는 거. 하루에도 몇 번씩 속 터지는 일이 생긴다. 그래도 계획대로 마무리는 암스테르담에서 사 온 기념엽서에 서로에게 편지 쓰고 낭독하면서 훈훈하게. 집에서는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라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찰한 만큼 성장하거나 나아갈 삶의 방향이 어렴풋이 보인다. 영화가 다 끝난 다음 돌려보는 영화 필름처럼 2019년을 성찰하는 일은 결말을 다 아는 영화 한 편을 중요 장면 하나하나에 멈춤 버튼을 눌러 꼼꼼하게 곱씹어 보는 일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길면 참 길고(3대 뉴스를 보고서야 먼 일처럼 기억나는 일도 있어서)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 해가 가기 전에 돌아보는 일은 분명 의미 있다. 내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들.
1) 흐린 날 짠! 나타난 햇살처럼 일상의 활력인 친구 <클라우디아와 영남 언니>
2) 마리타의 죽음으로 깨닫게 된 것들(일상의 즐거움, 추억의 소중함, 선물의 중요성)
3) 평범한 일상에서 즐거움 (엔조이, 게니센)을 발견해서 누리면
4)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남매의 생일파티, 친구 가족 초대하거나 초대받아 시간 보내기, 피터랑 쿡스하펜, 큰언니 조카랑 베를린 여행, 크리스마스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흐에서 헨델의 메시아 공연 관람, 수시로 근교 브레멘과 함부르크 나들이)
5) 고난의 여정을 무사히 통과한 남편
6)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의 의미
7) 12번의 그룹톡, 꾸준하게 읽고 쓰는 시스템(상반기 리버럴 아츠, 하반기 그리스 고전)
8) 채식과 산책 그리고 스트레칭
9) 독일어로 발 마사지를 배웠고 유용하게 쓰이는 중
10) 여전히 공부중이지만 조금씩 향상 중인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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