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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üttorf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

딸이 있어서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집안 분위기가 훨씬 생동감이 돈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에 심드렁해질 수 있지만 지난달에 생일이 꽤 중요한 독일 문화의 한 단면을 쓰면서 <마리타와 분홍 장미>를 떠올렸다. 덕분에 1월엔 남편, 2월엔 아들과 내 생일이 몰렸는데 남편과 아들 생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딸의 정성스러움은 따라가기 어렵지만. 딸은 엄마 생일을 맞아 무슨 케이크를 만들지 여러 날을 고심했다. 봄이니까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면서 오레오 롤케이크를 골랐다. 너무 단 건 싫다는 엄마의 취향을 고려해서 최대한 달지 않은 케이크 두 종류를 고른 거다. 

 

작년 9월에 10살 생일이 지난 딸은 한국 나이로는 11살이다. 어린애가 무슨 케이크냐 싶겠지만 독일이라 가능한 면도 있고 만드는 거 뭐든지 좋아하는 아이의 기질도 한몫한다. 딸과 단짝 친구 파울리나도 베이킹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친구 집에서 하루는 우리 집에서 노는데 그 집에 가면 꼭 뭐라도 만든다. 지난주엔 머핀을 만들었고 이번 주엔 오레오 케이크를 만들어서 배불리 먹고 왔다. 게다가 방과 후 프로젝트 수업으로 Gemeinsame Auszeit를 골랐는데 거기서도 격주마다 베이킹을 한다. 지난주엔 Amerikaner, 아메리카나 반달 쿠기를 만들었다. 재료만 준비해주면 처음 해보는 것도 뚝딱 잘 만든다. 자주 하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는지 엄마 생일엔 두 가지 케이크에 과감히 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딸기 생크림과 오레오 생크림 두 가지를 만들고 코코아 가루를 넣은 빵지를 구워서 돌돌 말았더니만 롤케이크다. 맛도 예상외로 좋아서 모두들 깜놀. 정성이 갸륵해서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