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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보통날

고마운 선생님, 도리스 풍크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것뿐 아니라 잘 적응하는 데는 물론 본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지금도 담임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었다고 고마운 분이라고 남편과 종종 이야기한다. 오늘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3, 4학년에 2년간 독일어 개인 수업을 해주신 외국어 담당 선생님인 도리스 풍크 이야기를 해야겠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독일 학교로 전학한 아이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3학년은 현재 2학년인 딸이 공부하는 걸 보니 1, 2학년에 비해 독일어 수준도 꽤 높다. 독일어가 크게 필요치 않은 과목들 예를 들면 체육이라든지 음악, 수학 시간엔 그대로 수업에 참여하지만 그 외의 시간엔 풍크 선생님과 따로 수업을 했다. 초반엔 하루에 두, 세 시간은 독일어 기초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일차적으로 언어가 해결되어야 다른 수업에 따라갈 수 있을 테니까. 처음엔 아이가 수업 중에 따로 가서 독일어를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그렇게 따로 공부를 한다는 건 독일어를 못한다는 거고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거니까. 아이 입장에서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아이는 그 시간을 싫어할 뿐 아니라 선생님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차츰 그 시간을 통해 독일어를 배우고 다른 수업에 참여 가능해지면서 풍크 선생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인식하게 되었지만. 나중엔 아이도 선생님을 좋아하고 열심히 해서 독일어를 짧은 시간에 잘 배웠다. 풍크는 내 아이를 자신의 수제자라면서 볼 때마다 고맙게도 칭찬해주셨고 엄마인 내게도 언제라도 차 마시러 집에 오라고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주셨다. 아무한테나 알려주지 않는데 내게만 특별히 주신다면서. 나는 독일어를 가르쳐주신 것에 감사하며 3학년이 끝나고 여름 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한국에서 가져온 언니가 시를 쓴 부채를 선물해드렸다. 그걸 독일인 친구의 한국인에게 물어서 뜻을 알게 되었는데 너무 감동적이라면서 눈물을 흘리셨단다. 엄청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했다. 내 아들이 도움을 받은 것에 비하면 약소한데 말이다. 더 놀라운 건 선생님께서 그 비싼 한독사전까지 직접 사셔서 가르치시고 아이가 졸업할 땐 선물로 주셨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종종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시고 언제라도 차 마시러 오라는 데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연락을 못했다. 아이가 졸업을 하고서야 선생님께서 성탄절에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주셨다.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갤러리처럼 우아한 응접실에서 준비된 차와 케이크를 대접받는 느낌은 생각보다 좋았다. 그 후에 너무 감사한 마음에 그날 찍은 추억의 사진을 출력해서 신년 카드와 함께 우체통에 넣었다. 그걸 보시곤 또 너무 감동하며 같은 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에게 집 주소를 물어보시면서 고마움을 전하러 한 번 가겠노라고 하셨는데 얼마 전에 집으로 찾아오셨다. 큰아이의 오리가미 솜씨를 익히 들었다면서 작품들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보여드리고 우리 가족의 생일을 모두 적어가셨다. 그 이후 종종 만난다. 올해부턴 생일도 챙겨드리면서. 와츠앱 프로필 사진으로 7년 전에 죽은 검정개를 그리워하시길래 오리가미로 개를 만들어서 드렸는데 엄청 기뻐하셨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행운이다.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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