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더작센주의 초등학교와 게잠트 슐러는 내일을 마지막으로 방학하는 날이다. 딸은 아침을 반에서 같이 먹는다. 함께 먹을 아침을 각자 빵이나 잼이나 과일 등을 각자 가져가면 되는데 딸은 작은 빵 10개를 가져간다고 했단다. 아들은 10시 20분에 끝나고. 어젠 각 반별 축구를 했고 오늘은 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고 좋아한다. 게잠트 슐러는 레알과 김나지움이 같이 모여 있는 학교인데 5, 6학년엔 한 반에 구분 없이 섞여서 배정된다. 대신 수학과 영어는 김나지움인 아이들과 레알인 친구들이 서로 다른 수업을 한다. 그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어젠 학교 끝나고 바로 갔다가 저녁 6시 반에 데려다주셨다. 남편이 집을 구할 때 학교 가까운 곳을 우선 조건으로 찾아서 얘들이 걸어서 다니는 건 좋다. 알고 보니 멀리서 학교 버스를 타고 오는 친구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아무튼 친구 집에서 수영도 하고 신나게 놀다가 와서 어땠는지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한다. 물론 중요한 핸드폰을 두고 가는 바람에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을 조금 했지만. 남자아이들은 같은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고 그런가 보다. 자기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서 게임을 하지 않았을 리 만무한데 집에 와서 또 핸드폰에 빠지는 모습이 제일 보기 싫긴 하다. 축구하다가 부딪혀서 안경 밑부분이 닿는 볼에 상처도 생기고 햇볕 아래서 수영을 했는지 안경 쓴 곳만 하얗고 얼굴도 보기 좋게 그을렸다. 게임을 하는 건 좋은데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지 끊어져서 졌다면서 엄청 짜증을 낸다. 그런 모습은 더 보기가 싫다. 남편이랑 늦은 산책을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그러고 있다. 그렇게 짜증 낼 거면 뭐하러 하냐고 게다가 정해진 시간 넘어서 게임을 한다고 잔소리 좀 냈더니만 아들도 덩달아 성질을 낸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이더니만 엄마한테 화내서 지도 미안했나 보다. 물론 나도 밉긴 하지만 그래도 도시락은 싸주고 늦지 않게 빨리 학교 가라는데 뭔가 할 말이 있는 아이처럼 계속 수상쩍게 군다. 핸디를 아침엔 좀 하지 말라고 압수해서 금단현상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꾹꾹 눌러쓴 '화내서 미안해' 쪽지를 열쇠 밑에 두었더라. 참 이럴 때 보면 속이 참 깊다. 쪽지를 보기 전에 안아주면서 화 풀라고 해서 다행이다. 사춘기를 지나는 착한 아들과 이 시간을 지혜롭게 잘 건너야 할 텐데. 보기 싫은 모습도 적당히 눈 감아주면서 모른 척하면서. 은유 말대로 잔소리 없이 고양이처럼 어슬렁대기. 간섭은 하지 말고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적 위안이 되는 그런 존재로. 부모 노릇은 세월이 쌓인다고 월등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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