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연령 구분도 6살 12살 16살이 하나의 분기점으로 나뉜다. 도서관에서 DVD를 빌릴 때 해리포터나 호빗은 시청 연령이 12살부터라 아이 생일 전인 올 2월까지는 아이 카드로 빌리는 게 불가능했다. 유럽에서 6살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고 12살은 레알을 갈지 김나지움을 갈지 최종 결정 분리되는 7학년에 접어든다. 16살부턴 맥주도 마셔도 된다니 큰 분기점이다. 정말 사춘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자기 방 문을 잠그거나 방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발 니 방으로 가라 가라 노래를 불러도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게 편하다고 그러더니만 이젠 몸이 커진 만큼 마음도 점점 독립이다.
한국이 겨울 방학인 2월 한 달 동안 아이는 학교 가기 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한 시간 가량 통화하면서 게임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다행히 나는 아이보다 일찍 집을 나가 독일어 수업 가느라 그 시간을 피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학교 갔다 온 오후 1시 넘어서는 친구가 자야 할 시간이라 짧은 통화만 하고 아쉬워하며 내일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게임으로 연결된 그들의 우정이 눈물겹다. 혹시라도 늦어서 통화가 안 된 날은 또 그렇게 안타까워한다. 그럼 그 아쉬움은 독일 친구와 게임하며 달랜다. 게임에 몰입한 시간들이다. 한국 가고 싶다고 한국 가면 안되냐고 묻는 것도 친구랑 진하게 통화한 다음이고.
무슨 말을 하다가 표현하지 않으면 네 마음을 알 수 없다고 했더니만 그럼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매일 해야겠다면서 한동안은 엄마 사랑해를 잊지 않더라. 깜박한 날엔 왜 오늘은 엄마 사랑해 안 하냐고 빚 받듯이 받아내기도 하고. 친구 생일엔 늘 그렇듯 정성껏 오리가미를 만들어 선물한다.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면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어서 좋다면서.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고백받거나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걸 내게 상담 요청하며 비밀 이야기도 털어놓으니 사춘기 아들인 것치곤 고마울 따름이다. 빵 좀 사 오라거나 장보기 심부름을 시키면 자기가 무슨 빵셔틀이냐면서 구시렁거리면서도 기특하게 기꺼이 들어준다. 무거운 짐을 들 땐 자기가 들겠다고 나설 땐 점점 사나이가 되어가구나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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