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어마어마하다. 책의 힘이 쎈 만큼 예술의 힘도 측정이 불가능지만 강하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하며 8할은 예술이 키운 아이로 성장했다는 김태희가 쓴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예술의 힘' 에 나오는 '예술 밥상', '예술을 집밥처럼'이라는 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예술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엄청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술 교육은 기술과 기능을 익히는(미술학원, 피아노학원등) 기능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 감상 교육의 중요성도 다시 확인했다. 그저 듣고 보고 즐기고 공감하는 감수성이면 충분하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몸짓 하나하나,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 한장,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 한편의 감동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예술과 함께하는 일상이다. 저자의 말대로 아이가 태어나면 가정은 예술로 충만하다. 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는 날이 없고 매일 아이와 함께 뭔가를 만들고 그린다. 나에게 이런 손재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종이 접기도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내 평생 공룡 그림을 이토록 많이 그린 적이 없다. 거실은 아이들이 그리고 만든 작품으로 순식간에 갤러리로 변한다. 남편은 온 벽에 덕지덕지 붙은 작은 아이의 그림들을 보면서 어느날 내게 그런다. "당신 성격 진짜 좋아." "하긴 내가 좀 좋긴 하지." 남편은 "무슨 당집도 아니고." 갤러리가 순식간에 당집으로 추락했지만 너무나 적절한 말이라 배꼽 잡게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난 솔직히 눈을 감고 산지가 꽤 오래라 사실은 잘 보이지 않긴 해." 남편은 "당신은 참 좋은 엄마야"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아들은 공룡을 수없이 그리고 만들더니만 딸은 공주다. 하루에도 열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서 전시한다. 온 벽에 붙이기 전에 꼭 엄마에게 심사 평을 듣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나는 효과음은 기본이고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기 위해 그림을 뚫어져라 본다. 태중에 아이를 품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예술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태아를 위함도 있겠지만 생애 처음 맞이한 임신기와 다가올 출산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예술은 큰 도움이다. 클래식을 가장 많이 들었던 시기도 바로 임신기와 출산 직후다. 힘든 육아기를 견디기 위해서도 예술은 필요하다. '내가 이렇게 아이만 키우다 인생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때 들었던 음악 한 곡이 마음을 어루만졌다. 예술이 회복탄력성(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엄마만큼 예술이 필요한 사람들도 없다.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느꼈을 때도 예술은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가슴의 응어리를 풀기에도 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엇인가를 더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차마 표현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을 대신 표현해줄 때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공연장으로 갈 때의 그 설레임, 고요한 객석에서 느끼는 기대감, 공연이 끝난 후 맛보는 감동을 아이들도 느끼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미술관을 관람하고 예술을 집밥 먹듯이 자연스럽게 먹여 키우고 싶다. 며칠 전 본 뮤지컬에서 나온 음악 중 딸은 허니허니, 아들은 '지금 이순간' 한 소절을 일주일 내내 흥얼거리며 몸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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