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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오늘도

흑심 품지 않는 엄마

 

아이가 가진 재능이 순수하게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엄마 입장에서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일은 이론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자녀가 어느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되면 어떤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부모의 욕심을 투영시켜 아이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인 양 조종할 힘도 있다 이러진 말자.’고 스스로 세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말자.

-판단력이 미숙할지라도 아이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서 선택하도록 돕는다.

-어떤 순간에도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시 되야 한다 

-내가 못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고 하지 말자.

 

어린 아이도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귀신같이 안다. , 어릴 때부터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사장되지 않게 선택권을 주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르는 연습을 해봐야 가능하다. 태어나서 맨 먼저 물게 되는 엄마의 젖이 얼마나 좋은지 아이는 머지 않아 본능적으로 분별해낸다. 백일까지는 가끔 젖병에 분유를 주어도 거부감 없이 먹지만 백일이 되기도 전에 젖병을 기가 막히게 밀쳐내고 엄마 젖을 선택한다. 기저귀를 뗄 때는 어떤가. 일년 넘게 기저귀를 차던 아이가 기저귀를 벗었을 때의 시원함을 경험하면 배변 훈련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꾸 기저귀를 풀러 낸다. 좋은 느낌을 경험하면 무엇이 더 좋은지 본능적으로 아는 게 신기할 정도다.

 

처음 기관에 갈 때도 몇 곳의 유치원을 선정해서 아이와 직접 둘러보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디인지 고르게 했더니 보는 눈이 나만큼 있었다. 부모로서 몇 개의 대안과 정보를 충분히 주고 아이에게 선택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나도 흑심(부정한 욕심이 많고 음흉한 마음)을 품을 뻔 했다. 장흥 아트 밸리에서 주관하는 미술대회에 우연히 참가했는데 놀랍게도 일곱 살 아이가 대상을 탔다.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가한 대회였고 다섯 명의 작가가 심사를 했다. 그림은 아트 밸리에 전시가 될 기회가 주어졌고 대상에게 주어진 상품은 이탈리아 이젤과 상패와 메달이다.

 

시상식에 참가하면서 전시된 그림을 보니 내가 보기에 엄청 잘 그려서 놀랐다. 바탕색도 칠하지 않은 내 아이의 그림은 일곱살의 순수함과 야생 그래로(특별한 미술 교육을 받아보지 않은)의 그림이라 상을 탄 게 아닐까아이다운 색색의 화려함은 있었지만 꼼꼼하고 빈틈없이 색을 칠하고 누가 봐도 잘 그린 느낌이 드는 그림에 비해 대상의 그림은 뭔가 좀 허술해 보였다. 5명의 작가가 심사 평을 했는데 대상에 대한 평에 빵 터졌다. ‘창의적이고 화려한 색감에 더해 공간의 여백이 잘 살아 있다고 평했다. 대회 당일 날 아들이 10분만에 쓱쓱 그려서 바탕색도 칠하지 않은 채 낼 때 난 속으로 바탕색 칠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위해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림에 간섭하지 않고 전적으로 맡긴 덕에 받은 상이다.

 

유치원에서도 창의력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터라 큰 대회에서 상을 받으니 더 흑심이 들었다. 미술 관련해서 자주 상을 받으니 혹시 아이에게 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찰나 동네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미술 선생을 소개받았다. '과연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창의성을 최소 유지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한편으론 '재능이 있는 아이를 그냥 둬도 되나' 하는 갈등을 하며 다녀왔다. 학원에서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대번에엄마 유치원 끝나고 누구 누구랑 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학원을 왜 다녀요? 전 집에서 혼자서도 얼마든지 그림 그릴 수 있어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엄마, 솔직히 전 그런 분위기 별로 예요.” 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재능이 있다면 그것은 학원 다니지 않아도 주머니의 송곳처럼 드러날 밖에 없을 텐데, 그새 학원을 기웃거렸다아이는 여전히 창의력이 돋보이는 그림과 만들기를 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좋은 미술 선생님을 만나 지도를 받아도 좋겠지만 아직은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발달 단계에 따라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엄마, 아이가 받은 상에서 자유로운 엄마, 흑심 품지 않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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