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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오늘도

눈부처


대상관계를 공부할 때 유독 끌리는 정신분석가가 있었으니 바로 도널드 위니컷이다.세상엔 완벽한 부모는 없고 대신 충분히 좋은 엄마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영국의 정신분석가이다. 그의이론에 따르면 좋은 엄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제공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성 본능에 따라 아이와 애착관계를 맺는 엄마면 충분하단다. '완벽하게' 언제나 부담스럽다. 완벽하게 뭔가를 하려고 하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워진. 육아에서도 어깨에 힘을 빼는 일이 필요하다. 완벽한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부담감이 사라진다.


위니컷이 말하는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고 충분한 존재가 바로 엄마다 Good enough mother엔 좋은 단어들은 다 모아 놓았다. enough는 '필요한 만큼 충분하다'는 뜻인데 이렇게 멋진 단어인 enough good이 붙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네가 ~한다면 ~할 것이다.’인 조건부 사랑과는 다르다. 내가 뭔가를 잘해서 좋은 엄마가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괜찮은 엄마로 느껴질 때가 많다. 


눈부처는 마주본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볼 때 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을 말한다. ‘눈부처를 알게 된 날 아이를 만나자 마자 불러 세워 아들아, 우리 눈 좀 보자. 엄마 눈 잘 봐봐. 눈동자 안에 네 모습이 보이지?” 아이는 엄마가 또 왜 그러시나 의아한 표정으로 얼떨결에 엄마 손에 이끌려 눈을 마주본다. 그러고 보니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담쓰담한 적은 많지만 아이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본 적은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내 눈 안에 너 있는 거 보이지. 그걸 바로 눈부처라고 한대. 우리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번씩은 서로의 눈부처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때?” 수다스런 엄마는 바로 쏟아낸다. 자녀가 클수록 특별한 의식을 정해 놓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그저 스쳐지나가기 일쑤다. 하루에 한번 서로의 눈 속에 비친 눈부처를 확인하는 의식은 1분이면 충분하다. 이 의식을 유지하는 일도 바쁜 일상 중에 쉽지 않다.


하루에 한번 서로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상대방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정도의 여유로움과 애정만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뭐라도 더 잘해주려고 애걸복걸하지도 말고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가끔 서로의 눈부처를 확인할 정도의 애정만 있다면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부모, 특히 어머니는 많은 해를 끼치는 사람이다.”라는 보울비의 말을 들으면 위안이 된. 자녀에게 완벽한 모습은 고사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모진말로 상처주지 말고 나의 부정적인 면이 덜 흘러가도록 내 자신을 단도리 하는 시간으로 투명한 아이의 눈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오늘도 성찰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스스로에게 해주는 응원의 한마디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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