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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오늘도

사랑한다면 자유시간!

 

세상에서 가장 아깝거나 억울한 일 중 하나가 공들여 재운 아이가 깨는 일이다. '아이가 자고 있어요. 벨 누르지 말아주세요.' 초인종 위에 쪽지를 붙여두었는데 벨을 눌러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는 사람이 제일 싫다. 바닥에 내려 놓으면 홀라당 깰까 겁나서 깊은 잠을 들기까지 품에 안아 공들여 재울 때는 퇴근한 남편도 집에 못들어 온다. 현관문 번호키에 번쩍 눈 뜰까 무서워서 집 앞에 도착한 남편과 긴급 연락을 취해 추운 겨울 날 분식집에서 오뎅꼬치를 먹으며 시간을 번적도 있다.

 

결혼 생활뿐 아니라 육아는 홀로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조다. 특히 절대 양육 기간엔 혼자 보낼 자유 시간이 없고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율이 사라지기 때문에 힘들다. 자유는 없을 때 절실해진다. 내가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던 사람인 줄 나도 몰랐다. 아이가 밤이든 낮이든 잘 자주어 누구의 방해 없이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은 날은 세상의 행복은 다 갖은 것 마냥 행복했다가 그렇지 않으면 신경질이 하늘을 치솟는다. 어떻게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려고 애쓴 이유다. 자유를 듬뿍 누릴 그날은 온다. 어둠의 시간을 잘 견디면 분명 빛을 만난다. 물론 절대양육기간이 어둠은 아니지만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없는 부분에서는 분명 어둠이 맞다. 적어도 내게는!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없으면 자다가도 귀신 같이 깨서 찾는 어려움이 있지만 새벽시간이 그나마 안전하다. 깨는 시간대를 체크해서 아이 재울 때 같이 잤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2시간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주길 원할 때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면 된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깰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도 나름 스릴이다. 물론 자주 깨서 찾으면 짜증나지만 아이가 클수록 엄마를 찾는 일은 줄어들고 잠귀는 둔해진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커피 한잔을 내려 나만의 성소인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은 행복을 충전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두 시간을 충만이 갖은 날은 피곤하지만 정신 에너지가 충만하니 견딜만하다. 남매에게도 훨씬 여유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아이가 깊은 잠을 달게 자고 있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다. 남매가 깨기 전에 아침밥을 준비하고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나 내 품에 안기는 아이를 더 꼭 안아주게 된다. 그때의 행복감이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라는 것을 알게 된 날! 유레카를 외쳤다. 홀로 있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토록 힘들었던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환경으로 나를 수시로 데려 가려 노력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여보, 오늘 하루는 당신이 자유 시간을 써. 내가 애들 볼께." 라고 남편이 말해줄 때 가장 큰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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