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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정원일

우리 가족은 정원이 있는 하우스(haus) 2, 3층에 산다. 지하(Keller)와 1층(정원이 한눈에 잘 보이고)은 주인 할아버지 피터와 할머니 마리타가 머문다. 이번 여름 휴가 때 마리타는 오른쪽 다리와 팔에 마비가 일어 근처 병원에서 열흘이나 입원했다 퇴원했다. 내 글에도 썼던 하루에 30km를 자전거를 타시던 할머니가 아프시다. 겉모습으론 60대이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70이 훨씬 넘으셨다. 퇴원 하신 후, 할머니는 재활 치료를 받으시고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엄청 깔끔하시고 부지런하신 할머님은 집안일과 요리만 겨우 하신다. 그동안 할머니가 매일 가꾸시던 정원일을 못하시니 표가 많이 난다. 꽃들은 말라죽고 치우지 못한 낙엽들은 지저분하다. 마침 어제 피터가 정원사를 불렀다.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듯 울타리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능숙하게 잘랐다. 남매와 나는 할아버지를 도와 잘려진 잎가지들을 모으고 담아 날랐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려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매일 매일 조금씩 일을 나누어 꼼꼼하게 정원을 다듬던 마리타의 손길이 그리운 날이다.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마리타는 많이 수척해지셨다. 현관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남매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시면서 "재미있지?" 물으시다가 이젠 일하기가 힘들다면서 쓸쓸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걸 보니 힘든 내색을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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