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머물던 꽃피다, 카페 2층에서 언제나처럼 커피맛이 우유보다 진한 라떼를 한잔 시키고 글쓰기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니 설레네요. 두 분은 무슨 커피를 시키려나요. 두 분 다 아메리카노를 자주 주문하셨던 것 같은데. 오늘은 각자 앞에 커피 한잔을 놓고 글쓰기의 최전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이 와 닿고 밑줄을 그으셨는지요. 무엇보다 책 선정이 마음에 드나요? 두 분 모두 저처럼 좋아하실 듯도 하고요. 너무 좋았다며 감탄을 쏟아놓으시려나요. 저도 와 닿는 문장이 많아서 필사한 분량이 열페이지나 되더군요. 은유의 글을 필사하며 글쓰기 예방주사를 맞듯 글 쓰고자 하는 열망이 살아났습니다. 그녀의 부추김에 저도 당장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깨달았고요. 목표달성(책쓰기)이 삶의 질을 늘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쓰던 글을 나답게 쓰는 것만으로도 저의 행복도는 높아졌으니까요.
“사유가 촘촘해서 문장이 흐름을 타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며 인식의 틀을 흔들어놓는 글, 하나의 메시지나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라도 남으면 그건 좋은 글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으며 사유가 촘촘하며 밀도 있는 글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의 최전선'에 살면서 ‘왜’라는 질문을 품고 글을 쓰다 보면 '사유하는 인간'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라는 희망도 생기고요. 우리가 이미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바로 은유 작가가 말하는 읽고 쓰는 모임인 것에 뿌듯해지기도 하고요. '4천원 인생'과 '소망 없는 불행'은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내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갖고 소외된 계층에 눈을 놀려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천원 인생을 읽으면서 '인권 존중이 무엇인가?', '서비스는 언제나 옳은가?'라는 의문과 현재 누리고 있는 것에 저절로 감사가 나왔구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가 이것이다. 존재를 닦달하는 자본의 흐름에 익사 당하지 않고 제정신으로 오늘도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자기 돌봄의 방편이자, 사나운 미디어의 조명에서 소외된 내 삶 언저리를 돌아보고 자잘한 아픔과 고통을 드러내어 밝히는 윤리적 행위이자, 이야기가 사라지는 시대에 이야기를 살려내고 기록하는 곡진한 예술적인 작업으로서의 글쓰기. 그게 돈이든 교양이든 지식이든 학점이든 스펙이든 앞뒤 돌아보지 않고 쌓고 축적하고 평가 받기 바쁜 세상에서, 왜 그런 것들을 가져야 하는지 잠시 멈추어서 사유하고 따져 묻는 자리가 되어주는 글쓰기 말이다.”
사회가 원하는 스펙이 없어서 열등감을 갖고 살던 시간들 혹은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썼다는 고백들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느껴졌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겪는 어려움들에 의문을 제기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단순한 글쓰기 책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일상의 소소함이 글쓰기를 회복하며 다시 특별해졌습니다. 쓰면서 일상이 회복되고 감응하는 신체로 살아나 다시 삶에 활력이 되어준 것이지요.
읽고 사유하며 쓴 글이라 그런지 울림이 컸습니다. 이 책을 읽고 글을 당장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글쓰기 책으론 훌륭하지 않을까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너무나 지당해서 거부하기 어렵고 글을 쓰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교훈적인 마무리를 지양하고,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글이 되도록 쓰는 것)도 슬쩍 놓아주어 좋았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존재적 물음 과정에서 이른 곳이라면, 현실의 베일이 벗겨지는 곳이라면, 삶의 의미를 정의 내리게 되는 것이라면, 거기가 바로 삶의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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