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선 하루에 한 끼에서 최대 많게는 두 끼까지 밥을 먹는다. 여기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밥에 국 혹은 가끔 찌게 그리고 반찬 한 두 가지가 전부다. 한국에서도 삼첩 반상 이상으로 찬을 깔아 놓고 먹기 힘들었는데 이곳에서는 더 심플해졌다. 접시에 밥과 샐러드 찬 한 두 가지 그리고 국을 따로 내면 충분하다. 그러니 한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요리를 하면서 특별히 아쉬운 식재료가 많지는 않다. 기본 채소와 과일은 싱싱한 것들을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육류도 마찬가지고. 다만 생선(알래스카산 흰살 생선 냉동은 있다)이나 조개류가 많이 없고 비싸다. 그나마 홍합이 겨울철에 종종 나와서 홍합을 이용한 미역국이나 홍합탕을 끓여 먹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손발이 시리게 추운 날, 뜨거운 어묵 국물이나 호떡이 생각날 때도 있다. 포기김치를 한인 마트에서 시킬 때 부산 오뎅과 떡볶이 떡까지 주문하면 그날은 잔치 날이다.
사시사철 고구마를 쪄놓고 수시로 먹던 나에겐 한국의 목이 멜 정도로 퍽퍽한 밤 고구마는 가끔 아쉽다. 함부르크 피셔 마켓에서 한 상자에 2유로(삼천 원도 안 되는 가격) 하는 것을 사서 반은 오븐에 굽고 반은 생으로 깎아 먹었다. 굽거나 삶거나 맛탕으로 먹는 것보다 생으로 먹는 게 맛은 가장 낫다. 마트에 고구마도 팔지만 당도가 그리 높지 않고 호박 고구마가 대부분이고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감자는 2kg에 1유로도 안하는데 고구마는 1kg에 1유로가 넘고 가격대비 맛은 그저 그래서 잘 사지 않게 된다. 알고 보니 고구마는 독일에서 재배되지 않는단다. 원산지를 보니 USA였다. 재배되지 않는 만큼 소비도 많지 않다. 독일인은 감자 요리는 상당히 많이 먹는다. 독일인을 놀릴 때 Katoffeln(감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감자를 소비하고 생산한다.
원하면 한국식으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등푸른 생선이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흰살 생선을 사다가 동태전을 해먹으면 어느 정도 해갈이 된다. 한인 마트를 이용하면 원하는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지만, 몇 가지 비싼 품목이 있긴 하다. 안 먹어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한국에서 들어올 때 챙겨오면 오래 두고 먹을 요긴한 식품이 몇 개 있다. 마른미역이나 생김(백 장이면 우리 가족이 6개월은 먹는다) 그리고 잔 멸치는 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으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선 아침으로 주먹밥을 자주 해 먹었다. 전날 미리 볶아둔 멸치볶음이나 진미채 볶음을 뜨거운 밥에 넣고 김만 부시면 오누이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독일에선 빠르고 편리한 주먹밥 대신에 주로 빵으로 대체하거나 학교 가는 오누이는 도시락을 싸가서 학교에서 아침을 먹는다. 한인 마트에서 주문할 때 비싼 느낌이라 망설여지는 품목이 김이랑 오징어 채 그리고 멸치다. 가끔은 맥주에 잘근잘근 씹어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채가 먹고 싶긴 하다. 아니면 매운 양념에 무친 진미채 볶음도 그렇고. 그 귀한 식품이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다. 남편과 남매는 이번 주 월요일 휴무인 날부터 "내일쯤은 오겠지. 아, 오징어 채 먹고 싶다" 노래를 부른다. 엄마 책엔 관심도 없고 진미채를 더 기다리는 눈치다. 책 보내준 고마운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부탁했는데 온 가족이 선물 보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설렌다. 오은 시인의 시처럼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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