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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보통날

독일의 생존 수영 4단계

 

무더운 여름, 집 앞 수영장에 온 가족이 갔을 때 나만 물 밖 벤치에서 지켜보는데 시원한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참에 수영이나 배워 볼까. 한국에서 지금보다 좀 더 젊을 적 여러 차례 수영을 배우려다가 아무래도 물은 친해지기 어렵다, 두렵다는 이유로 포기했는데 독일이니까 한 번 도전해볼까 싶어 수영 강습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웬걸, 성인 수영은 4~5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라고 했다. 수강생이 모여야 강습을 할 텐데 그만큼 성인 중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드문 모양이다. 하긴 칠십이 넘으신 마리타 할머님도 가끔 홀로 수영장에 다녀오신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손주에게 수영을 가르치거나 물개처럼 수영하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 놀란다. 수영 한번 배워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는데 내 마음이 우스워졌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필수로 배운다니 독일에선 수영을 못하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독일 친구에게도 물어보니 아이가 어릴 적엔 주로 부모가 수영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치기도 한다면서 수영 못한다는 나를 보고 놀라는 눈치다. 생존 수영에도 단계가 있다 길래 찾아보니 아래처럼 4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4단계인 골드까지 수료하면 물에 빠져도 걱정은 덜하겠다.

 

[독일 생존 수영 4단계]

1. Seepferdchen 지페어쉔 (해마) : 물속에서를 갈 수 있으며 어깨 깊이 바닥의 물건을 줍기

2. Bronze 브론즈 : 15분 안에 200m를 개구리 수영으로 완주해야 하며 2m 높이를 잠수해 바닥의 물건을 줍기

                              1m 높이의 다이빙 대에서 점프하기

3. Silber 질버 : 25분 안에 400m를 완주해야 하며 배영으로 300m 가고 2m 높이를 잠수해 두 번 이상 물건 집어 올리기. 낮은 수심 물속에서 수영해서 10m 가기. 3m 다이빙 대에서 점프하기. 공중 규칙 암기.

4. Gold 골드 : 24분 안에 600m를 완주하고 물에 빠진 사람 구출해 50m 수영해 나오기

 

3학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한국에서 3개월 수영을 다닌 전부다. 3학년 말에 학급 여행을 때도 생존 수영 수료증을 제출해야 했다. 수영도 급수가 있었는데 학급 여행에서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수료증을 제출하라고 했다. 수영을 못할 경우 바다에 나가서 놀지 못하고 실내 수영장에서만 머물 있다. 작년 여름에도 수영은 어떻게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등록할라치면 동네 수영장이 작아서 인지 최소 4개월은 기다려야 해서 미루고 미뤘는데 이번엔 없이 겨우 등록을 했다.

 

김나지움에 진학할 제출하는 서류 중에 수영 수료증이 있어서 담임선생님께 여쭤보니 문제는 없겠지만 올여름 방학에라도 배우는 좋겠다고 하셨다. 주말마다 남편이 조금씩 가르치고 물에서 오래 놀다 보니 물에 뜨고 25m 왔다 갔다 한다. 접수를 간단한 테스트를 보고 단계를 결정했다. 구간을 정해 주고 동작과 발을 움직이며 쉬지 않고 왔다 갔다 있는지 체크했다. 등록한 아이들 연령대를 보니 대부분이 6~7세였다. 우리 아이가 아마도 제일 나이가 많을 듯하다.  

 

토요일 오후 1 30분에 수심 1.2m가 한 시간 동안 있다가 그 이후엔 수심이 3m로 바뀐다. 작은 아이를 위해 낮은 수심에서 놀다가 깊은 수심에선 다이빙도 할 수 있으니 두어 시각 동안 놀다 오면 주말 오후가 간다. 수영 시간표를 보니 수영만 가능한 시간과 놀이 시간이 구분되어 있길래. 뭔가 했더니만 놀이 시간엔 물과 친해지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들을 이용해 물에서 놀았다. 물 위에 뜨는 판에 타고 공놀이도 하고 잠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고리를 줍는다든지 다양한 놀이가 가능했다. 수심이 3m로 바뀌어도  살로 보이는 어린아이도 두려움 없이 잘 논다. 작은아이도 물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가시는 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