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The art of speedreading people), 폴 D 티저 지음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The art of speedreading people), 폴 D 티저 지음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발동되는 나의 판단기질이 보인다. 책을 통해 나의 성격유형을 확실히 하고 싶다는 압박감을 느꼈고, 확정 짓는 모습을 본다. 다른 권위 있는 혹은 믿을 만한 도구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여러 번 해본 MBTI 결과를 신뢰해서 거기서 나온 결과에 내 자신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고 했다.

 

검사결과 외에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에 대한 정보를 더 수집해서 나의 기질을 찾아가는 데 참고했다. 내가 무의식 중에 드러내는 것이 가장 나다움에 근접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래서 부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MBTI검사지 결과는 ESTJ가 나왔지만 나에 대한 여러 조각을 통해 지금은 ENFJ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4가지 성격 유형 중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판단형(J)과 그 동안 부인했던 감정형(F)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가장 확실한 ‘J’에 대하여

판단형인 엄마는 나뿐 아니라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큰 아이가 어릴 적엔 더욱 더 그랬다. 아이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존재이다. 약속이 있어서 외출 시 아이와 갈등이 고조되곤 했다. 아이는 거의 매번 세월아 네월아 한다. 늘 현재를 사는 아이는 엄마의 계획은 안중에도 없다. 난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약속에 늦고 지각하는 걸 끔찍이 싫어했던 터라 그 당시 정말 머리에서 스팀이 엄청 나왔다. 솔직히 내 계획대로 될 수 없는 게 아이 키우는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맞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상황을 숱하게 만난 셈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조금 유연해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본성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 당시 썼던 방법은 약속을 최소화 한다든지 약속이 있으면 시간을 많이 두고 천천히 준비했다. 나의 융통성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면 아이 잡는 일은 숱하게 많이 일어났겠다. 

  

부인하기 힘든 ‘F’에 대하여

난 남편에게 늘 내 감정이 중요하다고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강요했다. 감정형을 인식한 날, 남편과 톡으로 대화를 했는데 충격적이다.

 

"내가 감정형이라 당신이 힘든 게 엄청 많은 듯, 내 감정을 알아달라고 자주 강요하는 편이야?"

"맞아"

"피곤한 사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JR같은 감정 (대박,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난 좋고 싫음이 중요한 사람이니까"

"너무 너무 피곤한 스타일"

"좋은 면은 없어?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다시 물었다)"

"없어 (단호하게), 좋을 때만 좋다는 거, 자기 좋을 때만 사람으로 돌아오지. 환생(감정의 폭염에 휩싸이면 사람이 아니었던 거)"

 

난 솔직히 감정형(F)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F형이 많다. 감정형의 감수성에 자주 매혹된다. 그래서 내가 갖지 못해서 호감을 느끼는 줄 알고 사고형(T)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검사 결과도 T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감정 표현이 많고 다정다감하고 쉽게 상처받고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고, 민감하게 알아채는 모든 것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열거한 특징들이 분명 내게도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에 난 둔감한 편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둔감한 척 한 것이 더 맞겠다.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가 중요한 사람이었다니! 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배경은 나와 같이 사는 남편이 늘 내게 상처받는다고 하고 냉정하다 정이 없다. 뭐 이런 피드백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가 둘 다 같은 ‘F’형일 경우 좀 더 약한 F형이 나처럼 사고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단다.

 

16가지 성격유형이 방대해 보이고 유형별 알파벳 조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많이 되었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다니 말이 되나? 그럴 수 있나?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된다 생각했다가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이게 전부는 아니니까. 양육이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 50%가 남아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훨씬 부담이 덜 된다. 관계가 어렵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어서 유익하고. 나를 알면 타인을 이해하기도 훨씬 쉬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