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2주 전에 예약한 미용실에 다녀왔다. 다이어리를 뒤적여서 찾아보니 작년 11월 30일에 머리를 자르고 6개월 만이다. 그때도 커트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짧은 단발을 했다. 6개월 동안 머리칼은 제 속도로 자라서 어깨를 덮었다. 머리가 점점 길수록 감을 때마다 이번엔 짧게 자르고 말겠다고 별렀다. 숱도 많아서 말리는 일도 일이고. 대체로 여자들이 나이 들수록 머리가 짧아지는지 이해가 된다. 어린애 키울 땐 머리 감을 시간도 도통 내기 어려워서 뭉턱뭉턱 잘랐는데 이번에도 과감히 잘라냈다.
쓱쓱 귓가에서 머리칼 끊기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그만큼 내 머리는 가벼워졌다. 우씨(Uschi-재미있게도 이름이 우시, 난 김씨)는 여름엔 역시나 짧은 머리가 예쁘다면서 이십 년은 젊어 보인단다. 나는 무엇보다 머리가 가볍고 감고 말리는 데 시간이 짧게 들 테니 그것만으로도 좋다. 물, 삼푸, 드라이하는 시간 등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앞으로 난 짧은 머리를 고수할테다.
작년에도 쇼트 커트를 할까 말까 망설인 이유는 이렇다. 점점 나이 들수록 긴 머리를 유지하긴 어려울 텐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길러볼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뻣뻣한 머리털 관리가 가능 할까. 더 자주 미용실에 가야 하면 귀찮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못했다. 긴 머리는 질끈 동여 매면 대충 커버가 되니까. 이번엔 나름 용기가 필요했다. 예약하고 다리면서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할까 고심하다가 일단은 무조건 짧게 자르기로 했다. 머리도 변화를 주려면 단칼에 확 잘라야 한다. 이렇게 가볍고 시원할 수가 없다. 산뜻한 기분은 덤이고. 나한테 어울릴까. 관리가 쉬울까 등의 염려가 무색하게.
한 시간 간격으로 약속을 잡는 모양인데 머리숱이 많다 보니 한 시간을 넘겼고 다음 손님이 십 분 정도 기다렸다. 우씨는 내가 고른 위의 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잘라주었다. 물론 분위기는 영 딴판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우씨가 정성껏 한올한올 잘라준 수북한 머리카락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저렇게 사진으로 남기니 긴 머리에 대한 아쉬움도 가신다. 지루했던 긴 머리는 굿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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