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wan(슈반느)는 독일어로 백조라는 뜻인데 검색해도 찾기 어려운 작은 마을이에요. 한국에서 독일 브레맨 공항까지 비행시간만 11시간이 걸리는데 한 번에 오긴 어렵고요. 프랑크푸르트나 뮌헨을 거쳐야 가능해요. 브레멘 공항에서 집까지는 차로 20분이면 오고요. 동화책 <브레멘 음악대>로 익숙한 그 브레멘이에요. 브레멘에 가면 동화책 관련된 캐릭터인 당나귀, 고양이, 멍멍이, 수탉이 시내 중심에 있어요. 독일 전래 동화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하멜른도 하노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거리엔 쥐가 그려져 있는데 쥐를 따라 가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브레멘, 하멜른이 익숙한 독일 지역 이름이었던 거죠.
슈바니비데를 설명할 때 브레멘을 꼭 이야기해요. 그래야 위치가 어느 정도 가늠되니까요. 유럽의 중심인 독일은 9개의 나라가 인접해있어요. 제가 사는 북쪽에서 가까운 이웃 나라인 네덜란드부터 시계방향으로 덴마크,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뤽생부르, 벨기까지요. 독일은 총 16개 자치주로 이루어진 나라예요. 메르켈 총리가 사는 베를린이 수도고요. 이곳에서 베를린까지는 기차 타고 3시간쯤 걸려요. 16개 중 하나인 니더작센이 바로 제가 사는 주고요. 이 주의 주도가 하노버랍니다.
이곳에 집을 구한 이유는 남편이 다닐 학교가 있는 브레멘까지의 거리가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면서 유치원과 학교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서요. 도심은 독일도 집값이 엄청 비싼데 이곳은 무엇보다 월세가 저렴해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거치는 중앙역과 공항이 그리 멀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숲이 우거져 살면 살수록 마음에 들어요. 물론 독일이 전반적으로 숲이 많지만요.
결혼하면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대학원 3학기에 결혼을 했는데 서울 강북에서 영어 방문 교사로 낮엔 일하고 밤에 수업을 들었어요. 남편 직장은 결혼하곤 충주로 다음엔 일 년이 채 되기 전에 전북 익산으로 갔어요. 남편이 하는 일은 물류의 생산과 계획하는 일인데 예를 들어 콜라 회사라면 공장에서 콜라를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재고가 많이 남지 않게 생산량을 계획해서 공장에 넘기면 그대로 생산을 하는 일이에요.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하고 계획하는 일이라 주로 생산 설비가 있는 공장에서 일해요. 독일에선 그때의 경력을 이어서 아이스크림 회사에 다니고요.
익산은 스위스가 본사인 농약 회사였는데, 익산에서 일한 지 일 년 만에 서울 본사로 올라왔어요. 충주 찍고 익산 갔다가 의정부에 집을 얻었고 그 이후엔 강남으로 출퇴근이 멀어서 서울 노원으로 이사 갔다가 도저히 서울 생활이 갑갑해서 다시 경기 북부 양주로 왔어요. 결혼 생활 10년 사이에 꽤 이사를 많이 다녔네요. 그래도 최소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은 아니었어요. 지방에 살아도 별로 갑갑하지 않을 만큼 적응력이 높은 편이고 오히려 자연 가까이 살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열 살까지 충남 시골 할머니 댁에서 살아서인지 자연 친화적인 사람이에요. 도심의 갑갑함을 못 견디더라고요.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 백화점이나 번화가에 한 번 나가면 진이 쏙 빠져 돌아와요. 화려한 조명과 소음 그리고 인파 화려한 쇼핑가는 되도록 안 가려고요. 독일로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살았던 양주로 처음 이사 갔을 2008년 당시만 해도 밤에 별이 잘 보였어요. 자주 가던 주말농장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요. 그야말로 우리가 딱 원하던 곳이었죠. 서울 진입이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요. 작년에 한국에 들렀을 때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에 놀랐어요. 점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더니만 더 이상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우리 부부는 둘 다 자연 친화적인 부분이 잘 맞아요. 마음의 평안함이 필요할 땐 늘 울창한 숲이나 바다를 찾았거든요. 광릉 수목원은 도시락 싸서 틈만 나면 찾은 곳이고요. 제주도를 가도 박물관이 있는 중심가는 피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나 한라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자연을 만끽했어요. 그런 우리에게 독일의 슈바니비데는 최적인 셈이에요. 드문드문 있는 가로수 외엔 불빛이 없고 밤엔 별이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질 듯해서 우린 매일 캠핑 온 느낌이라며 좋아해요. 대관령 깊은 산골짜기쯤 가서야 볼 수 있는 별을 날씨만 흐리지 않다면 언제든 볼 수 있어서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엄청 큰 골프장이 있는데 한국의 호화로운 골프장과는 분위기가 다르고요. 승마도 배울 수 있는 초원이 있어서 산책하다가 말도 종종 만나요.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마트와 은행 그리고 작은 극장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어요. 오히려 이곳에 오래 산 친구가 아직은 젊은 내게 물어요. 도심이 그립지 않냐고요. 아직까진 그렇진 않아요. 초록이 우거진 숲으로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생명이 연장되는 듯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산책하다 만나는 저 멀리 풀밭에서 겁 없이 풀 뜯는 사슴의 모습만큼 평화로운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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