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취업해서 5년간 산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나는 독일에서 일한다>라는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e북이 있으면 바로 사고 싶을 만큼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 보여요. 마침 브런치에서 위클리 매거진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이담북스 출판사에서도 미리 보기로 맛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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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독일인가? 우리가 처음 독일에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영어권 나라보다 비자 받기가 쉬울 것 같다는 부분은 비슷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독일도 비자 받기가 그렇게 수월하지 않은 분위기에요. 단 조건은 독일어만 극복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데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나의 언어를 정복하는 일은 또 다른 세계를 얻는 일이라는데 이게 어디 쉽나요. 사실 저도 독일어 때문에 미칠 지경이거든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에요. 지금이 고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재미있더니만 당췌 늘지 않으니 점점 흥미를 잃어요.
"월급을 받아서 엄청난 세금과 비싼 월세를 내면 한 달에 한 번 외식하기도 어렵다." 이 부분을 읽고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요. 남편이 월급을 받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월급이 반토막 났더라고요. 독일이 세금을 많이 떼는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연봉 5만 유로(독일의 연봉이 전체적으로 높지 않아요. 5만 유로면 높은 축) 이상은 최대 45%를 떼요. 무서운 나라죠. 물론 그래서 복지가 잘 되어있겠지만요. 이 세금엔 연금뿐 아니라 보험료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실업 수당 등등 항목도 많아요. 결론은 독일에서 취업을 해도 넉넉한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갑자기 절망스러운 기분은 뭔지 모르겠어요.
한동안 헬조선이라면서 한국을 떠나려는 분위기인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면서 북유렵의 삶에 대한 허황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짚어줬어요. "늘어난 저녁 시간에 집 말고는 갈곳이 없어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요. 실제 생활자에겐 저녁이 있는 삶이 그렇게 좋지만 않거든요. 친지들이 모두 모여 살면 당연히 저녁이 있는 삶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시간은 많은데 만날 사람이 없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고요. 여행을 하거나 언어 공부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시간이 많다고 그렇게 긍정적인 여가를 즐기게 되진 않으니까요.
저자의 블로그에서 이런 구절을 봤어요. "Someone said, Korea is fun hell and Germany is boring heaven. Let's share how to survive in this boring heaven." 독일은 지루한 천국(Boring Heaven)이라는 표현이 뭘 의미하는지 너무 와 닿네요. 'fun hell'과 'boring heaven' 중 어디가 나을까요.
이 책에서 <시멘트만 남기고 이사 가는 독한 독일인>, <끝도 없이 밀려드는 독한 외로움과의 사투>, <독일은 왜 여전히 외국 영화를 더빙할까> 같은 꼭지글이 궁금하네요.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왜 여전히 독일에 있는가>까지도요. 독일로 취업이나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최소 독일이라는 곳이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장, 단점이 무엇인지 현실적인 조언을 받기에 도움이 될 듯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구체적인 조언들]
1) 적어도 한국에서 외국어는 절반 이상 익혀 올 것(기초 없이 가도 현지에서 보고 듣다보면 귀가 뻥 뚫린다는 지독한 망상은 버릴 것)
2) 독일 채용 프로세스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오래 걸리므로 6개월 ~ 1년 일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여유 자금과 체류 비자를 준비할 것
3) 자주 들려오는 낙방 소식에 조바심과 간절함만 늘어 한국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일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두터운 자존감을 갖출 것
4) 무엇보다 모든 계힉이 실패했을 때 복귀해도 이를 실패라 여기지 않고 '난 정말 엄청 난 경험을 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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